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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음화 현장을 찾아서]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본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5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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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신앙의 씨앗 심는 ‘선교의 전초기지’
매주 1000명 이상 찾아오지만 단기간에 세례 많이 주기보다 
자대배치 후 신앙 이어가도록 독려하는 역할에 더 큰 비중
가톨릭교회 네트워크 활용한 민간교구와 연계·협력도 절실

지난해 12월 25일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에서 봉헌된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육군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을 받는 인원은 연간 12만 명 선으로, 이들 중 천주교 신자 훈련병이나 천주교를 알고 싶어하는 훈련병들이 이곳 연무대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군종교구 연무대본당 제공

지금도 ‘논산훈련소’라고 흔히 불리는 논산 육군훈련소 별칭 ‘연무대’(鍊武臺)가 적힌 육중한 부대 정문을 들어가 직진하면 군종교구 연무대성당(주임 유충현 신부)이 눈에 들어온다.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신병 훈련을 받는 인원은 연간 12만 명 선으로 전국 모든 부대에 입소하는 연간 입대자 25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대한민국 남성의 절반 가까이는 육군훈련소를 거쳐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천주교 신자 훈련병이나 천주교를 알고 싶어 하는 비신자 훈련병이 4주 또는 5주의 훈련기간 중 천주교 신앙생활을 하는 곳이 연무대본당이다.

육군훈련소 면적은 여의도 1.3배로 군 교육기관 가운데 단일 주둔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일 평균 상주인원은 1만6000여 명, 1일 평균 급식량은 쌀 200가마, 돼지고기 12마리, 닭고기 827마리 규모다. 부대 규모가 큰 만큼 연무대성당에서 이뤄지는 훈련병 사목도 대규모로 이뤄진다. 주일 오전 10시 봉헌되는 훈련병 미사에는 매주 1000명 이상 참례한다. 민간 교구 본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대규모 참례 인원이다.

주일 오후 6시30분에는 ‘거룩한 말씀의 회’ 소속 수도자들이 훈련병들에게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고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세례식이 열린다. 매주 세례식이 열리는 것은 육군훈련소 내 7개 교육연대, 21개 교육대에 훈련병들이 상시적으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이다.

군종교구는 물론 한국교회는 육군훈련소를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부르며 연무대본당의 사목 성과에 높은 관심을 드러낸다. 주목할 통계자료가 있다. 2016년 연무대본당에서 세례 받은 훈련병은 1만3630명으로 육군에서 세례 받는 인원 2명 중 1명은 연무대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셈이다. 2017년 연무대본당 영세자는 8638명이다. 전년도에 비해 4992명이 줄었다. 연무대본당 사목 방침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본당 주임 유충현 신부의 선교 철학에 그 답이 있다. 유 신부는 외적인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이 누구인지, 복음은 무엇인지를 알리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훈련병들에게 “성당으로 오라”보다 “복음을 들으러 오라”, “예수님의 말씀을 찾으러 오라”고 말한다. 유 신부는 “훈련병들의 관심을 끌어 성당에 오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선교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수치로 드러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무대본당에서 4~5주 신앙생활 한 훈련병들은 자대배치를 받아 일선부대로 나간다. 신앙이 끊어지지 않도록 안내하고 독려하는 것 역시 연무대본당 사목의 큰 몫이다. 유 신부는 훈련기간 중 마지막으로 연무대성당에 온 훈련병들에게 각 사단에는 군성당과 군종신부가 있다는 사실과 군성당이 없는 예하부대로 배치될 경우 상급부대 군성당이나 민간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는 “기존 천주교 신자 중 육군훈련소에 입대해 7년, 10년 만에 고해성사를 보는 인원들이 많다는 현실은 민간교구가 청년사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민간교구와 군종교구가 협력해 가톨릭교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