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사제들 일탈 예방 기대한다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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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교구 차원의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 신설된다. 주교회의가 사제들의 성적 일탈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개혁과 쇄신을 위해 내린 결단이다.

최근 사제 성폭력으로 돌출된 사건들은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누적된 문제들을 드러내 치유하라는 시대의 징표이기도 하다. 주교단의 결단은, 이러한 징표와 위기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 특별위를 구심점으로 한국교회는 우선 사제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운용과 사제 양성 과정의 강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동시에 한국교회는 여성과 모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교회와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특별위의 활동이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쇄신 노력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이번의 ‘경고’ 이전에도 한국교회는 쇄신에 대한 요청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문제점들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하기도 했다.

성직자가 먼저 쇄신될 때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구조상의 문제점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의 지적대로, 우선 교회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제는 단지 사제라는 이유로 존경받기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사제로서의 신원을 삶으로 증거해야 한다.

동시에 그리스도인인 우리 모두가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복음화는 더 이상 ‘선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삶의 모범으로서 ‘증거’가 동반될 때 비로소 선포는 힘을 갖는다.

쇄신은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신원을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에서 시작되고 또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