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평창올림픽 찾은 교황청 문화평의회 사무차장 산체스 몬시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2-20 수정일 2018-02-21 발행일 2018-02-25 제 308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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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입장, ‘스포츠 통한 평화’ 표징”
공정한 경쟁 등 스포츠 가치 교회 가르침과도 일맥상통
이번 대회 남북한 화합 ‘감동’
대화와 존중으로 이룬 희망 세계 평화와 연결고리 될 것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릭픽대회(이하 평창올림픽)가 2월 25일 폐막한다. 염수정 추기경은 개막식에 참석하고 일부 경기와 북한 예술단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모두가 형제애를 나누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도 이번 올림픽에 대해 우리 민족을 넘어 세계 모든 이들이 평화의 가치를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격려한 바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올림픽 경기가 우정과 스포츠를 기념하는 위대한 제전이 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또한 교황청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 총회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사상 처음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문화평의회 사무차장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몬시뇰을 대표로 사절단을 파견했다. 본지는 IOC 총회와 개막식에 참가한 산체스 몬시뇰을 2월 11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2월 11일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산체스 몬시뇰은 “교회는 스포츠와 스포츠가 갖는 가치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교황청 공식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남북한의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나란히 개막식장에 입장하는 순간에는 저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런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지난 2월 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김연아(스텔라)씨의 성화 점화와 북한 대표단 참가 등으로 전 세계 주목을 끌며 진행됐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교황청에서 온 특별 손님도 함께했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사무차장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몬시뇰이 그 주인공.

산체스 몬시뇰은 2월 5~7일 평창에서 열린 IOC 총회와 9일에 열린 올림픽 개막식에 IOC의 공식 초청을 받아 교황청 대표로 참석했다.

산체스 몬시뇰은 “비록 옵서버로 총회 의결권은 없었지만, 교황청의 이름으로 이번 총회에 공식적으로 초청받아 세계 스포츠계와의 관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체스 몬시뇰은 이번 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만나 교황청 육상 선수단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했다.

교황청과 IOC는 지난 2016년 ‘인류에 봉사하는 스포츠’를 주제로 교황청에서 국제회의를 열며 본격적인 관계 증진에 나섰다. IOC는 그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대회 개막식에 산체스 몬시뇰을 개인 자격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유소년 올림픽 경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IOC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산체스 몬시뇰은 “전 세계에서 스포츠의 영향력은 상당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우리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교회는 전 세계와 소통하는 한 방편으로 스포츠와 스포츠가 갖고 있는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체스 몬시뇰은 “우리는 스포츠의 가치, 즉 인내와 절제, 우정, 공정한 경쟁, 규칙 준수 등을 배우며 세계 시민으로 성장한다”면서 “이는 그리스도교가 갖고 있는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교회는 스포츠를 통해 교회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체스 몬시뇰은 문화와 스포츠 활동으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간 요한 보스코 성인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요한 보스코 성인은 거리의 아이들에게 놀이, 바로 스포츠를 통해 질서와 자기절제, 공정한 경쟁 등을 가르쳤다”면서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함양해야 할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산체스 몬시뇰은 서울대교구가 평창올림픽 현장에 사제를 파견해 선수단 사목을 지원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대교구는 직장인사목부 담당 임의준 신부를 파견, 평창올림픽뿐만 아니라 3월 9~18일 열리는 평창패럴림픽에서 선수들을 위한 사목적 돌봄을 이어간다.

산체스 몬시뇰은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아픔 등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사제는 영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서울대교구가 올림픽을 위해 배려해 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체스 몬시뇰은 스포츠와 올림픽이 세계 평화의 도구로 쓰일 수 있으며,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보여준 남북한 대표선수의 개막식 동시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교황도 남북한 공동입장과 남북한 단일팀에 대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스포츠가 가르치는 것처럼 대화와 상호존중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산체스 몬시뇰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보여주는 작지만 상징적 표징이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어서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고 박수치는 것을 보며 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체스 몬시뇰은 “이번 올림픽은 스포츠가 세계 평화를 위한 희망에 큰 연결고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1966년생으로 스페인 톨레도대교구 출신인 산체스 몬시뇰은 중·고등학생 시절 근대5종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교황청 문화평의회에서 일한 산체스 몬시뇰은 2004년 사무차장으로 임명돼 종교와 문화의 관계, 특히 스포츠와 과학 분야에서 교회의 참여를 증진하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