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참여연극’ 기획한 김석만 교수, 3월부터 서울가톨릭연극협회와 함께 노숙인·장애인 시설서 공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1-30 수정일 2018-01-31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찾아가는 연극으로 소외된 이웃 치유한다
 관객 이야기 재현하는 ‘플레이백 씨어터’ 양식
“공감 능력 높이는 연극 닫힌 마음 여는 힘 있어”

‘참여연극’은 관객들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대 위 배우들이 즉흥으로 재현하는 연극이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 담당 유환민 신부, 이하 서가연) 회원들은 문화를 통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 참여연극을 선택했다. 지난 1월 9일부터 매주 1회 서울 남현동 행복공장 소강당 등에서 ‘참여연극 워크숍’을 진행, 2월 13일까지 이어간다. 특히 서가연은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3월부터 분기별로 노숙인과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가 참여연극 ‘내 마음의 무지개(가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 기획의 구심점이 된 서가연 부회장 김석만(프란치스코)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를 만나 ‘참여연극’에 관해 들어봤다.

김석만 교수는 “참여연극은 문화선교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참여연극 워크숍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가연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선교 노력의 하나이기도 하죠. 참여연극은 관객들의 기억과 추억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노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가는 참여연극으로 그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바로 서가연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여러 참여연극 양식 중 ‘플레이백 씨어터(Playback Theatre)’ 양식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백 씨어터는 어떤 양식인가요?

-관객의 이야기를 즉흥에서 재현하는 양식입니다. 관객 중 한 명이 ‘이야기 손님’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배우 4~5명이 이야기 중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죠. 한 사람은 천을 이용해 움직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신체 움직임과 소리로, 또 다른 사람은 간단한 손악기로 표현합니다. 나머지 한 명은 문학적 언어표현을 담당하는 방식이에요. 이야기하는 시간을 포함해 15~20분 정도 걸리는데요, 교육적·치료적·예술적 효과가 높아 주류 연극계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어요.

▶‘이야기 손님’을 맡았던 한 배우가 실제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극을 보며 치유가 됐다”면서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느낌을 받았고 배우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치유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즉흥 연극 기법은 마음을 열게 하는 일종의 장치에요. 배우들은 ‘이야기 손님’이 털어놓은 과거, 즉 순간적 진실을 표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배우와 이야기 손님 간에 진솔한 소통이 담겨 있지요. 이 연극이 ‘이야기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그의 굳어 있던 마음이 풀어지면 “치유됐다”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워크숍을 해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의 표정과 자세가 편안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1월 26일 서울 남현동 행복공장 소강당에서 열린 ‘참여연극 워크숍’에서 김석만 교수(맨 오른쪽)가 ‘이야기 손님’의 이야기를 즉흥에서 문학적 언어로 표현을 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이 끝나면 노숙인과 장애인들을 찾아가 공연할 예정이라고요?

-회원들이 신앙으로 뭉쳤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배우들이 각자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연극을 대학로 공연무대나 영화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신앙인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활동이죠. 바로 ‘믿음의 실천’인데요. 신앙인으로서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그것도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나누어 주는 실천입니다.

▶사회적인 약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노숙인이나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억압 속에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연극은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특히 배우나 관객 모두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지고 공감 능력이 높아지게 되는데요. 공감 능력이 높아지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성찰도 성숙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어떤 다른 활동보다 연극이나 예술 활동이 사회와 세상에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근거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대학로 연극이 공연을 만들고 관객을 초대하는 연극이라면, 우리는 관객을 찾아가는 연극을 할 것입니다. 특히 문화에 소외된 지역을 비롯해 전국 본당, 공소 등을 찾아가 연극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울러 문화에 소외된 이들에게 가톨릭 전례에 맞는 연극을 보여주는 활동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성경 등 교회 이야기를 작은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할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워크숍, 청소년 신자들을 위한 문화 활동 등도 기획 중입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