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6·25전쟁 발발 67돌을 맞이하며 평화의 가치와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그리스도인은 아직도 남북이 갈라진 채 군사적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반도 상황을 떠올리면서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예수가 성경에서 말한,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른 평화는 무엇이며 그 평화를 얻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세상의 평화 vs 주님의 평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1965) 제81항에는 ‘세상이 주는 평화’를 기술하고 있다. “과학 무기는 오로지 전시에 사용할 목적으로만 비축하지 않는다. 해마다 증대되는 이러한 무기 비축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적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에 기여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것이 어느 정도 국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수단 가운데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고 여긴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목헌장」은 같은 항에서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증대될 수밖에 없고 국제 분쟁이 진정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번져 가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어 “짓누르는 불안에서 세계를 해방시켜 참 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 개혁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 자신의 책임을 더 깊이 깨달아 우리의 분쟁들을 더욱 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도 던진다.
‘참 평화’에 이르는 정신 개혁과 분쟁 해결에 필요한 ‘인간적인 방법’은 성 요한 23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한창 진행되던 1963년 4월 11일(성 목요일)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 잘 드러나 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진정한 평화에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하는 것”(「지상의 평화」 제1항)이라고 천명했다.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 평화로운 사회를 떠받치는 네 기둥으로는 진리, 정의, 사랑, 자유를 꼽았다(「지상의 평화」 제37항).
교황은 냉전이 절정에 달해 있던 시대적 상황에서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지상의 평화」 제113항)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