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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야의 40일’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7-05-23 수정일 2017-05-23 발행일 2017-05-28 제 304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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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활 전 유혹 앞에 선 예수의 인간적 고뇌 그려
하느님 뜻 추구하는 모습 담아

‘광야의 40일’ 한 장면.

첫 장면에서부터 끝없는 광야가 펼쳐진다. 그 안에 하나의 점처럼 한 사내가 옷을 뒤집어 쓴 채 웅크리고 있다. 간절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입에서 부르짖듯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아버지 어디에 계십니까.”

최근 개봉한 영화 ‘광야의 40일’(Last days in the desert)은 예수가 공생활 전 광야에서 보냈던 40일을 그렸다. 성경에 한두 구절만으로 짧게 언급된 채 비워져 있는 예수의 고행을 인간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 광야에서 사색과 기도 시간을 보내던 예수는 한 석수장이 가족을 만난다.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좋지 않고 부인은 병들어 있다. 그들의 일을 도와주며 같이 머무는 동안 사탄은 끊임없이 예수를 조롱하고 유혹한다.

그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진실한 뜻을 알고자 고뇌하는 예수의 사투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석수장이의 아들 ‘쉐리던’이 아버지와 갈등을 겪자 위로를 건넨 후, 자신의 표현이 너무 애매했다며 자책하기도 하고, 앞으로 예루살렘에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늑대에 쫓기거나, 물에 빠지는 꿈 등 예수가 자주 꾸는 악몽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십자가에 대한 중압감을 보여준다.

‘하느님은 예수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하느님에겐 자식이 여럿이나 그가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말 등으로 사탄의 시험이 극에 달했을 때 예수가 던진 ‘내가 유일한 아들’이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여러 유혹을 거슬러 앞으로 하느님의 아들로 걸어갈 길을 단호하게 선언하는 듯하다. 물질과 쾌락, 돈이 넘치는 현 시대 안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따라살고자 하는 신앙인들에게 이 장면은 어떤 방향을 향해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 안자 보레고 사막 주립공원에서 제작된 영화는 아카데미 촬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엠마뉴엘 루베즈키가 촬영 감독을 맡아 팔레스타인 광야를 그대로 재현했다. 인공 조명이 아닌 자연광만을 쓰면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일출부터 일몰까지 촬영지를 찾아다녔다는 후문이다.

예수로 분한 연기파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1인 2역 연기도 눈길을 끈다. 예수의 내면을 비웃는 사탄과 하느님의 뜻을 알고자 고뇌하는 예수의 양극단을 연기한 그는 비열함과 진중함의 표정을 오가며 ‘가장 인간적인 예수’를 만들어냈다.

“예수의 인간적인 면만 다뤘다”는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은 “예수님도 분명 배우는 단계가 있었을 것이고, 처음엔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 영화는 예수님의 성장기 영화와도 같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