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존중에 대한 사유 / 홍희기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
입력일 2016-12-27 수정일 2016-12-28 발행일 2017-01-01 제 3026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얼마 전 오늘날 우리나라 주거문화를 획일화시킨 아파트, 공동주택의 창시자이자 눈부시게 감동적이라는 프랑스 파리의 롱샹성당을 건축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장에 다녀왔다. 철근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계문화유산에 11개나 등재시킨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에게 있어서 “건축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고전과 현대의 일관된 건축의 본질은 정신과 진실의 문제”라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결국 사유만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는 아름다움의 근원인 인체의 척도와 비율을 기초로 한 황금 분할을 찾아 무한한 수학적 비례 시리즈인 ‘모듈러 이론’, 즉 신체비례 체계에 따른 건축의 도입이다. 아인슈타인도 극찬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체의 비례를 통해 인간이 가장 최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고작 4평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4평짜리 통나무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런 의미의 겸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전시는 전시장 입구의 다음과 같은 글로부터 시작된다. “겸손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겸손은 낮춤이 아니라 존중이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류문명에 한 존중.”

이 전시를 통해 받은 감동은 바로 이 존중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높이어 귀하게 대한다는 뜻의 존중은 모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요소로 알고 있다. 생각해 보건대 내가 누군가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처럼 충만된 행복감이 또 있을까 싶다. 인간은 물론이고 더불어 살고 있는 환경까지도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자주 간과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