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조각 엮어 만든 다리 허물고, 주민들 안전하게 이어주다
베트남의 최서 남단에 위치한 까마우성은 수백 개의 개울과 하천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강과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성내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까이늑현은 그야말로 강줄기로 둘러싸인 오지 마을이다. 까이늑현에 가기 위해선 호치민 국제공항에서 ‘슬리핑(sleeping)버스’를 타고도 8시간을 달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 차로 30분을 이동하고 나서야 까이늑현 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선 오토바이 혹은 배로 몇 개의 다리를 건너고 건너 20여 분간 마을 깊숙이 더 들어가야 한다.
강가를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이어주는 건 위험천만해 보이는 다리와 뗏목이 전부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리를 제대로 건설하는 게 어렵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공산국가인 베트남에선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업이든 실시하기 위해선 인민위원회를 통한 논의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까이늑현은 외곽에 위치해 공공의 혜택이 닿기 더욱 힘든 지역이다. 그런 까이늑현에 사단법인 ‘평화3000’이 찾아갔다.#‘죽음의 다리’에서 ‘희망의 다리’로
‘평화3000’이 11월 14일 베트남 까마우성 까이늑현 동토이리에서 ‘희망의 다리’ 준공식을 열었다. ‘희망의 다리’는 ‘평화3000’을 통해 모인 한국인들의 후원금으로 세워졌다. 길이 56m, 폭 2m인 ‘희망의 다리’ 하나를 건설하기 위해선 한화로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사랑의 집’과 ‘희망의 다리’를 세울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약 한 달에 걸쳐 후원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까이늑현에 집과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평화3000’은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일단 캠페인을 통해 후원금이 모이면, ‘평화3000’은 베트남 꺼터교구 까이랑본당(주임 황혼 신부)에 몇 개의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지 알리고, 베트남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한다. 대개 약 4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치면 지역 주민의 삶과 삶을 이어주는 ‘희망의 다리’가 완공된다. ‘평화3000’은 2008년부터 베트남에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지원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희망의 다리’와 ‘사랑의 집’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까마우성에 총 24개의 ‘희망의 다리’가 건설될 수 있었다. 2016년 하반기에는 ‘희망의 다리’ 6개를 건설, 까마우성 곳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희망의 다리’ 사업은 지역주민의 편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가톨릭교회를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해냈다. 다리가 건설되기까지 꺼터교구 까이랑본당이 교두보 역할을 한 덕분이다. 특히 까이랑본당 사목위원들이 직접 나서서 건설 과정을 살펴, 마을 주민들과 인민위원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까이랑본당 주임 황혼 신부는 한국의 모든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여러분들의 후원을 통해 건설된 ‘희망의 다리’를, 우리 본당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좋아해 본당 신부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베트남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