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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더불어 70년-김남조 자료전’ 열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09-28 수정일 2016-09-28 발행일 2016-10-02 제 301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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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집·기사·애장품 등 한곳에
11월 12일까지 서울 영인문학관
생존 문인에 대한 자료전은 ‘이례적’
김홍신·박범신 소설가 강연회도 진행

9월 23일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린 ‘시와 더불어 70년-김남조 자료전’ 개막식에서 김남조 시인(왼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와 더불어 70년’. 시인의 삶 자체가 한국 현대문학사라고 평가받는다. 그 주인공인 김남조(마리아) 시인의 시 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전이 9월 23일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막을 올렸다.

내년에 만 90세를 맞이하는 김남조 시인은 1953년 한국전쟁 중에 첫 시집 「목숨」을 냈다. 당시, 시대의 처절한 절규와 시인만의 참신한 감성을 녹여낸 그의 시는 삶의 방향을 잃고 허둥대는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후 60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시인은 17권의 시집을 내면서 시와 더불어 살아왔다.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은 이번 자료전에서 시인의 손으로 직접 써내려간 갖가지 원고를 비롯해 시집과 인터뷰 기사, 사진, 애장품 등을 총망라해 보여준다. 생존 문인에 대한 자료전을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출판기념회도 평생 단 한 번밖에 하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이날 자료전 개막식에서도 김 시인은 “오늘 이 자리가 너무 송구하고 과분해 이래도 괜찮을까 계속 생각한다”면서 겸양의 자세를 취했다.

특히 시인은 이번 자료전을 계기로, “사람은 자주 질문 앞에 서지만, 여러 질문들에 대해 가장 성실하고 신중한 대답은 말보다 침묵 안에 내포된 종합적인 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람은 ‘개인’에서 전체를 통합하는 ‘인류’에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인간 서로간의 숙명적인 유사성, 곧 모두가 운명공동체라는 단순한 진리를 확신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사회적 성인이 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전에서는 첫 시집 「목숨」의 3가지 판본을 비롯해 1988년 서울올림픽 선수단 수첩에 실린 시 ‘깃발’의 38개국 번역본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펼쳐냈다.

시인의 남편인 조각가 김세중 선생(1928~1986·프란치스코)이 생전에 빚은 시인의 두상과 문인들과 나눈 편지 등도 전시했다.

시집 「사랑초서」 전 편을 써내려간 육필시집과 시인이 직접 고른 ‘김남조 자선시’(自選詩)도 서화첩 4권으로 내놓았다. 1970년대부터 구상, 이어령, 피천득 등 당대 문인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원로들과 직접 대담한 심층 인터뷰는 스크랩북 형태로 선보인다.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천경자(데레사) 화백의 작품과 나란히 선보였던 시를 담아낸 가톨릭신문 1면 지면도 전시했다.

아울러 영인문학관은 전시 기간 중에 조정래 소설가 강연회를 시작으로, 김홍신 소설가의 ‘인생 견문록’(10월 1일), 김남조 시인의 ‘67년 문단이야기’(10월 22일), 박범신 소설가의 ‘유리’(11월 5일)를 주제로 한 문학강연회를 진행한다. ‘시와 더불어 70년–김남조 자료전’은 오는 11월 12일까지 열린다.

※문의 02-379-3182 영인문학관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