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우리 곁에서 힘을 주는 든든한 보호자 하느님의 전령으로 순수 영적인 존재 일상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선행으로 이끄는 천사의 손길 느껴야
‘천사.’ 가톨릭대사전은 천사를 ‘하느님의 심부름꾼이자 전령이며 육체를 가지지 않지만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순수 영적인 존재로, 인격적인 피조물이며 죽지 않는 피조물’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적 정의만으로 천사에 대해 생각하면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천사’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수호천사, 기부천사, 미소천사….
물론 ‘착하고 좋은’ 사람에게 흔히 붙이는 이런 수식어만으로 ‘천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순수한 영적 존재인 천사를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복잡한 신학적 학설 대신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천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성 미카엘·가브리엘·라파엘 대천사 축일(9월 29일)을 맞아 천사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보고, 천사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신앙에서 힘을 얻을 방법을 찾아본다. 천사, 하느님의 사자(使者) 천사는 하느님의 전령으로서 육체가 없는 순수 영적인 존재다.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인간을 도와주며 보호하고 인간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 위대한 교부들이 9품 천사론(세라핌, 케루빔, 좌품, 주품…) 등 천사의 계급이나 본질에 대해 많은 이론을 내놓았지만, 어디까지나 신학적 학설이지 우리가 꼭 믿어야 할 정식 교리는 아니다. 교회는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오직 ‘하느님이 우리 감각의 대상인 세상과 함께 우리 감각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도 창조하셨다’는 사실에 근거해 천사의 존재를 신앙의 진리로 받아들일 것을 가르치고 있다. 천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구원 역사와 교회를 위한 것으로 심화되고, 복음 선포와 교회 생활 안에서 활동하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래서 교회는 천사의 도움을 청하며, 미사 때마다 우리는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한다.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기 전 감사송의 내용에 귀 기울여보자. 새삼 그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 천사 공경과 수호천사 천사에 대한 공경은 4세기 동방교회에서 생겨난 미카엘 대천사에 대한 공경이 그 기원이다. 이는 5세기경에 이르러 서방에도 확산됐다. 오늘날 지내는 성 미카엘·가브리엘·라파엘 대천사 축일은 로마 비아 살라리아에 있는 성 미카엘성당 봉헌 기념일에서 유래한다. 이후 가브리엘 대천사 축일(3월 24일)과 라파엘 대천사 축일(10월 24일)이 1921년 로마 전례력에 첨가됐고, 1969년 새 전례력에서부터 9월 29일 세 대천사의 축일을 공동으로 지내고 있다. 교회는 천사에 대한 지나친 공경을 경계하기 위해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외에 다른 이름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이들 대천사 외에도 성경에는 천사들의 활동에 대한 표현이 여러 곳에 나온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 91,11). “저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 주신 천사께서는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소서”(창세 48,16). 이 구절들을 근거로 수호천사에 대한 신심이 생겨났고, 교회는 10월 2일을 수호천사 기념일로 지낸다. 수호천사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며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천사로, 교회 전승에 의하면 주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 한 분을 정해 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게 하신다. 수호천사는 우리가 이기기 어려운 유혹을 물리쳐주며, 착한 생각을 일으켜 선행을 권하고,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특히 죽은 이들의 영혼을 천국이나 연옥으로 인도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천사 우리 곁에 천사들이 있고,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세계적인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독일 성베네딕도회)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삶의 모든 순간에 만나는 천사에 대해 알려준다. 그륀 신부는 그의 저서 「마음에 힘을 주는 천사를 만났는가」를 통해 일상에 행복을 심어 주고, 불운을 희망으로 바꿔주며, 평온한 마음을 선물하는 천사들에 대해 말한다. 스트레스 천사, 기진맥진 천사, 기다림 천사, 낙담 천사, 외로움 천사, 다툼 천사 등이 그것이다. 그륀 신부의 말에 따르면 이 천사들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사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마음가짐이고, 그래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는 천사들이 우리의 내면에서 우리 마음을 움직여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륀 신부는 “불운과 고통 속에서도 천사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며 “천사가 우리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는 고요한 자극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우리 삶은 더욱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천사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스트레스로 힘들어 할 때, 천사들의 손길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 성 미카엘·가브리엘·라파엘 대천사는…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