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집’이란 뜻의 베들레헴, 주님 운명의 상징일까
히브리어로 집은 ‘바이트’다. 성읍과 신전이 생기기 전에 집이 있었다. 집은 사회의 유일한 기관(institution)이자, 살림과 전승의 공간이었다. 구약성경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 하느님의 집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성전을 ‘하느님의 집’(베트 엘로힘)이라 했다. 이 말을 최초로 쓴 사람은 야곱이다. 그는 베텔에서 꿈을 꾸고 경외심에 휩싸여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창세 28,17)고 외쳤다. 그리고 그곳의 이름을 베텔이라고 지었는데, 이 말도 ‘신의 집’(베트 엘)이란 뜻이다. 이후 예루살렘 성전도 하느님의 집이라고 했는데(이사 2,3 등), 이 전승을 이어 예수님은 “내 아버지의 집”(요한 2,16)이라 하셨다.■ 구약성경의 집
어찌 보면 구약성경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도 있다. 구약성경은 집안의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의 이야기(창세기)에서 시작하여, 종살이의 집(파라오의 집)을 극적으로 탈출한 이야기(탈출기)로 이어지고, 결국 참된 하느님의 집을 지었다가(솔로몬) 그 집을 빼앗겼다가(유배) 재건하는(귀환) 사건을 거쳐, 장차 다윗의 집안에서 메시아가 나오리라는 기대로 끝난다. 메시아께서 나실 곳은 베들레헴(미카 5,1)인데, 이곳은 히브리어로 ‘베트 레헴’, 곧 ‘빵(레헴)의 집’이란 뜻으로 새길 수 있다. 만민에게 밥이 되실 그분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여 생각할수록 뜻깊은 지명이다.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rn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