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역사 행사의 의미 / 이나영 기자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6-05-25 수정일 2016-05-27 발행일 2016-05-29 제 299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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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다. 1936년, 경북 시골마을 왜관에서 소화여자학원이 처음 개원했을 때만 해도 학생 수는 77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비신자였던 아이들은 풀베기·가축돌보기 등의 직업교육부터 국어, 산술, 국사 등을 배우고 1939년 제1회 졸업생으로 기록되었다.

그로부터 80년, 2016년 5월 21일 개교 80주년 기념 미사 현장에는 1939년 제1회 졸업 기념사진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간 학교는 순심중·고, 순심여중·고를 병설하며 뻗어나갔고 졸업생 수가 4만여 명에 달하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재단을 운영하며 가톨릭 이념을 교육한 덕분인지 졸업생 중 사제·수도자·수녀의 길을 택한 이들도 90여 명이나 된다.

“80년 전에 뿌린 교육의 씨앗이 나무가 됐다”는 이사장 박현동 아빠스의 말처럼, 시작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결실들이 맺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한 이들이 있었다. 순심교육재단의 80주년 기념행사가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 학교 발전을 곁에서 지켜본 지역민을 미사에 초대했고, 이미 ‘흘러간’ 옛 사람들인 원로 동문과 퇴직 교직원들을 위한 시간도 마련했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미술전시회를 함께 열기도 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역사 현장을 묵묵히 지켜낸 사람들이 다같이 어울린 축제의 장이었다.

○○주년 행사가 줄을 잇는다. ○○주년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하기보다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