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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송 주교, 가톨릭대 신입생 1300여 명에게 ‘행복한 사람’ 주제로 특강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6-05-17 수정일 2016-05-27 발행일 2016-05-22 제 299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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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다면 일상에 감사하세요”
손희송 주교(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는 5월 12일 오후 경기도 부천 역곡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콘서트홀에서 ‘행복한 사람’을 주제로 한 인간학 특강에서 가톨릭대 신입생 1300여 명에게 참 행복이 무엇인가를 들려줬다.

손 주교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 가운데 첫 번째로 일상에 많이 감사할 것을 꼽았다. 전신불수 장애인 고(故) 배영희(엘리사벳) 시인의 ‘나는 행복합니다’를 낭독한 뒤 ‘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말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을 인용했다. 고(故) 최인호(베드로) 소설가가 살아 생전 병원에서 대변 못 보는 환자들을 관장해 주는 봉사를 한 소감을 묻자 “자기 발로 화장실 가서 일 보는 것만 해도 하늘에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손 주교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감사할 제목은 일상적인 삶 안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1999년 치아가 안 좋아 임플란트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임플란트 1개에 280만 원이나 들고 치료기간도 6~7개월 걸린다고 했습니다. 돈은 물론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만일 이 전체를 치료한다면 1억 원 가까운 돈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튼튼한 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은 감사해야 합니다.”

손 주교는 자신의 경험담에 이어 “미국의 한 병원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감사 일기를 쓴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회복 속도가 두 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사하는 마음은 어떤 약보다 약효가 뛰어나다고 밝혔다.

손희송 주교가 5월 12일 가톨릭대 성심교정 콘서트홀에서 신입생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참 행복을 얻기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제공

손 주교가 제시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두 번째 길은 두 귀로 남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것이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많이 듣고 말은 적게 하라는 것입니다. 먼저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내 이야기를 하면 이해도가 높아지고 오해의 위험이 작아집니다. 반대로 먼저 말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지레짐작하거나 오해하기가 쉽습니다.”

손 주교는 “내 생각과 판단을 잠시 뒤로 하고 상대방 말에 귀를 기울이면 마음을 얻을 수 있어 누군가를 설득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라면서 프랑스 작가 프랑수와 모리악의 ‘한 사람의 벗은 한 짝의 귀를 의미한다. 두 귀로 내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라는 경구를 인용했다. 손 주교는 배려와 격려의 말도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힘들 때 진심어린 염려의 말 한 마디에 다시 일어선 경험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제가 1986년 새 신부 시절 고해소에 어두운 얼굴로 들어온 한 남성이 나가면서는 밝은 마음으로 변해 있는 걸 보았습니다. 말 한 마디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를 그 때 느꼈고 저도 힘들 때마다 그 일이 생각나곤 합니다. 반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내뱉은 말은 오물처럼 내면의 환경을 어지럽히고 사람 사이를 갈라놓게 됩니다.”

손 주교는 긍정을 찾는 눈으로 내 소유를 나누는 자세도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제시했다.

“나눔이란 나에게 남아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인데도 일부를 떼어주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세상 사람들처럼 돈과 지위가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길이 열립니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깨지기 쉬워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때 영원한 행복을 보장 받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