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청소년 노동인식 조사 결과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5-03 수정일 2016-05-03 발행일 2016-05-08 제 299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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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동사목위, 주일학교 청소년 노동인식 조사
아르바이트 해본 청소년들 “쉬는 시간 보장 못받아”
청소년들도 부당한 노동현실 꼬집었다

신자 청소년 대부분이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 첫자리에 ‘힘듦’(863명·47.5%)을 꼽을 정도로 노동에 대한 인식이 교회 가르침과 적잖은 괴리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 교회 차원의 적절한 사목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장경민 신부, 이하 노동위)가 4월 27일 오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502호에서 연 ‘2016년 노동절 기념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노동위가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 3월 실시한 ‘서울대교구 주일학교 청소년들의 노동인식 및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돼 청소년들이 접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당한 노동현실 등이 민낯을 드러냈다. 교회 차원에서 신자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실태와 노동에 대한 의식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교구 50개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1818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청소년이 늘고 시작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지만 상당수 청소년들이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가 35.8%(54명)에 그쳤다. 근로계약서를 쓴 54명 가운데서도 20.4%(11명)가 사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 미성년 노동자에게도 교부해야 하는 것이 사용자의 법적 의무지만, 현실에서는 기본적 권리조차 찾기 힘든 실태가 확인된 것이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부당한 일을 복수로 답하게 한 결과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41명)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휴식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상 의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노동사목위원장 장경민 신부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을 대상화시키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이러한 현실의 원인을 “학교나 교회에서 노동이라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교육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사회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온 우리 교회가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수정(체칠리아) 노무사도 “주일학교 교리 과정에 노동인권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교회 안의 다양한 주체와 만나는 교육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