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정부 호원동본당, 故 백영수 화백 그림으로 유리화 제작해 축복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7-03 수정일 2018-07-03 발행일 2018-07-08 제 310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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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유리화로 빛난 거장의 마지막 작품 
 

6월 28일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성당에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와 고 백영수 화백(휠체어에 앉은 이)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유리화 ‘성모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 화백은 축복식 다음날인 29일 선종했다.

의정부 호원동성당에 고(故) 백영수(프란치스코·96) 화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한 유리화 두 점이 설치됐다. 호원동성당에 설치된 유리화는 백영수 화백의 마지막 유작으로 남게 돼 더욱 뜻깊다.

호원동본당(주임 김남철 신부)은 6월 28일 오전 11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백영수 화백의 그림을 유리화로 제작한 두 작품 ‘성모자’와 ‘성 프란치스코’ 축복식을 가졌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축복식에 참석했던 백 화백은 축복식 다음날인 29일 선종했다.

‘성모자’는 백 화백의 1988년 작 ‘창가의 모자’를, ‘성 프란치스코’는 1985년 작 ‘새들’을 유리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을 유리화로 제작하는 작업은 유리재 공방(대표 조규석)이 맡았다.

백 화백은 1940년대 김환기, 이중섭 등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들과 함께 활동했고 1977년부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다. 2016년에는 문화예술발전유공자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오랜 해외활동 끝에 2011년 1월 귀국해 옛집이 있던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에 정착했고 본당 신자로 호원동본당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유리화 설치는 미술에 조예가 깊은 본당 주임 김남철 신부의 부탁으로 백 화백이 두 작품을 기증하면서 성사됐다.

축복식을 주례한 이기헌 주교는 백 화백의 회고록을 인용해 “화백께서는 작품뿐 아니라 삶 자체가 예술적이고 신앙적이었다”며 “훌륭한 작품을 선사해 주시고 몸이 불편하신데도 직접 축복식에 와주신 화백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남철 신부는 “두 작품은 백영수 화백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serenity(평온, 고요)’를 보여주는 동시에 빛을 통해, 빛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표상”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6월 29일 백 화백의 부고를 전하며 “화백의 작품을 우리 본당에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라며 “화백께서 남긴 유리화를 보며 오래도록 화백을 기억하고 화백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