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향한 이 시간, 평화가 흘러넘친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루카 5,16)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여름 휴가. 하지만 바다와 계곡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가지는 언제나 그렇듯 번잡하고, 쉬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 올 여름 휴가는 그동안 우리가 잘 찾지 못했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피정의 집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에서부터 설악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깊은 산. 그 속엔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자연과 함께하며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피정의 집들이 많다. 틀에 박힌 피정 프로그램에서도 벗어나 맘껏 쉬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깊은 산속 피정의 집을 소개한다. ■ 충북 제천 ‘두메꽃 피정의 집’ 신약의 시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고 그 가르침을 얻기 위해 산을 찾았다. 예수를 찾아 산으로 향한 이들은 성경시대 사람들만이 아니다. 우리 신앙선조들도 예수를 찾기 위해, 또 그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산으로 산으로 모여들었다. 원주교구 배론성지(주임 최종복 신부) 두메꽃 피정의 집은 박해를 피해 이곳을 찾은 신앙선조처럼, ‘세속의 박해’를 피해 피정(避靜)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다. 충북 제천 구학산 자락, 산세가 높은 만큼 계곡이 깊어 그 형상이 배 밑바닥 같다는 의미로 배론이라 불린 곳. 신앙선조들은 이곳에서 옹기를 굽고, 한국교회 최초의 신학당을 세웠다. 황사영이 백서를 쓰고, 최양업 신부가 묻힌 곳. 마침내 박해의 칼날이 휘몰아쳤지만, 신자들이 다시 모여 공소를 이룬 곳. 이곳 성지에는 예수를 따르고 믿음을 지켜낸 신앙선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피정의 집은 자연에 둘러싸인 아담한 공간에, 신앙선조와 수도자들의 영성을 느낄 수 있어 작가들도 자주 머물다 가는 곳이다. 2013년 선종한 고(故) 최인호(베드로·1945~2013) 작가도 피정의 집에 머물곤 했는데, 그의 저서 「인생」에 이 피정의 집에서 한 묵상을 담기도 했다.
성지가 가깝기 때문에 피정의 집에서 도보로 성지를 순례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10㎞ 이내에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용소막성당, 남종삼(요한) 성인의 부친인 순교자 남상교(아우구스티노)의 유택지 등도 있어 강원도 지역 신앙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제천의 대표적인 피서지 ‘탁사정’도 피정의 집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피정 후에 피서를 즐길 수도 있다. 주소: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5길 43 찾아가는 법: 제천직행버스터미널에서 원주행 직행버스를 타고 ‘탁사정’에 내린 후, 3㎞ 정도 걸으면 된다. ※문의 043-651-7523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