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용서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어”
- 잘못에 대한 인정과 정직함 요청
“용서할 수 없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용서는, 하느님 은총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용서할 수 있는 우리는 주님 은총을 입은 그리스도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아버지를 잃은 소년은 ‘용서’를 외치는 평화의 사도가 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한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8월 17~23일 6박7일간 한국을 찾은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Stanislav Hočevar·71) 대주교의 첫 일성은 ‘용서’였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으로 사목해오고 있는 그의 조국은 같은 발칸반도 북서부에 있는 슬로베니아다.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면서 서로 적대 관계에 있던 나라를 오가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평화를 향한 호체바르 대주교의 삶은 주님 뜻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이 가난해서 도저히 사제가 되기 힘든 형편이었지만, 매일 6㎞길을 걸어 성당을 오가던 소년을 부르신 분은 주님이셨다.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의 경험은 평화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1990년 살레시오회 슬로베니아 관구장으로 있으면서 ‘발칸인에게 평화를’이라는 평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화를 향한 그의 의지를 보셨을까, 2000년 베오그라드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되면서 그의 삶은 평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가톨릭이 다수이던 나라에서 살다 가톨릭이 5% 안팎인 나라에서 사목한다는 것은 새로운 결심을 요구했다. 세르비아에 토착화하기로 한 것이다.
“내 곁의 이웃이 누구인지 알아갈 때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비록 그 이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닐 때 평화는 이뤄집니다.”
그의 평화 체험과 의식은 역사적 연원이 있다.
“발칸에는 이미 사도시대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평화도 이런 역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도시대부터 이어져오는 복음화 열정을 되살려 주님이 바라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다워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직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속고 속이는 일이 반복되는 한반도, 이 땅에 평화가 사라진 까닭을 이국의 주교를 통해 듣는 아픔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