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상살이 복음살이]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5-01-21 수정일 2015-01-21 발행일 2015-01-25 제 292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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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공소 정선녀 회장

20여 명의 공소 신자들뿐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정선녀(잔 다르크·57·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 회장은 어머니 같은 존재다. 지난 2012년 6월 강정마을에 공소가 설립되면서부터 정 회장은 매일 아침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 정문 앞에서 바치는 절 100배로 하루를 연다. 활동가들과 잼 등을 만들어 사목센터 건립비에 보태는 일도 정 회장의 중요한 몫이다. 강정마을을 찾는 수도자들이나 순례자들이 한두 번은 꼭 묵어가는 곳이 공소다. 이 때문에 사목센터 건립으로 가장 신이 난 이도 정 회장이다.

“주님이 들려주시는 진리, 옳고 그름,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강정입니다. 머리로만 공부하지 말고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 기도요, 참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건축가 이일훈 씨

‘자비의 침묵 수도원’, ‘성 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성당’, 제주 면형의 집 성당 등을 지은 인연으로 사목센터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 이일훈(62)씨. ‘공동성’과 ‘지역성’, ‘사용자 중심’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이씨는 사목센터가 세상을 향해 해야 할 말과 가치를 오래도록 지키는 등대와 같은 집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터를 설계하며, 공동성과 다양성을 높이면서 교회정신을 잃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다는 그는 “센터가 세상을 위한 작은 그릇 같은 집이 되길 바란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생을 잊지 않는 집이 되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특별히 이씨는 “평화를, 흔들리는 깃발에서 굳건한 등대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센터 건립을 위한 작은 도움이 큰 생명평화운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길” 권했다.

강정 평화활동가 달메 씨

강정에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지난 2012년부터 거의 강정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는 달메(39)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울에 멀쩡한 집을 놔두고 1년이면 6개월 안팎을 강정마을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1월 세찬 바람 속에서도 해군 관사 건립 예정지 정문에 설치된 농성천막을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한밤중에 공사가 진행될지도 몰라 꼬박 겨울밤을 한데서 나야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삶을 통해 평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가고 있는 체험을 하는 중입니다.”

현장에서 성직자 수도자들을 많이 만나며 종교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깨달음의 현장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생명평화사목센터 건립추진위원장 박동호 신부

멀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덜컥 발을 들이민 사람이 있다. 사목센터 건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가 주인공.

박 신부는 “강정은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나라가 아닌 것을 드러내는 생생한 현장”이라면서 “강정은 우리 시대 밀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교구라는 벽을 넘어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전 교구 신자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함께 운영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사목센터 건립에 의미를 부여한 박 신부. 그는 “센터가 무력을 통한 평화가 옳지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사목센터가 이 땅에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를 실현하는 출발점이자 하느님 지혜로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의 장임을 역설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