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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아빠스 축복식 특집] 이모저모

우세민 기자,정정호 기자,김신혜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3-06-25 수정일 2013-06-25 발행일 2013-06-30 제 28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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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새 바람 이끌 젊은 아빠스 나셨네”
새로운 바람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쓰고 있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젊은 신임 아빠스가 이끌 변화의 바람을 기다리는 간절함이었다.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의 축복식에 모인 1300여 명의 인파는 그 간절함과 설렘으로 목자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 아빠스 축복 예식을 주례한 조환길 대주교는 왜관 수도공동체에서 선출한 박현동 아빠스를 소개 받고, 박 아빠스에 대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의 덕원 자치수도원구장 서리 승계 승인 공문을 전달받았다. 인류복음화성은 2005년 11월부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장상이 임기동안 당연직으로 북한 덕원 자치수도원구의 자치구장직을 서리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조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북한 덕원 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를 맡은 만큼, 남과 북이 화해하고 하나 되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이 모든 소망을 이루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 예식의 절정은 축복기도였다. 조 대주교는 축복기도를 통해 수도공동체의 장상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열정, 사랑을 박 아빠스에게 내려줄 것을 하느님께 간구했다. 왜관 수도공동체의 영적 지도자이자 덕원 자치수도원구를 책임진 사목자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목자의 책임을 상징하는 ‘지팡이’(목장)는 전임 수도원장인 이형우 아빠스가 전달해 참석한 이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 축하식은 왜관본당 순심유치원 화동들의 꽃다발 증정으로 시작됐다. 이어 박 아빠스의 출신본당인 대구대교구 울릉도 도동본당에서 방문한 53명의 신자들이 선출 후 한달 여 동안 바친 영적선물 묵주기도 9860단, 평일미사 472회, 주모경 1605회 등을 봉헌했다. 도동본당 방문단 대표 정복석(사도요한·62) 전임 본당총회장은 “본당 전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더욱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아빠스님 탄생이 울릉도 내 성소계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날 참석한 주교단을 대표해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축사가 마련됐다. 특히 염 대주교는 1909년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를 한국으로 초대한 뮈텔 대주교의 후임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의미를 더 했다.

염 대주교는 “덕원 자치수도원구에 우리는 현재 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하루빨리 자유롭게 오가며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서로 위하고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 내빈 축사에 앞서 왜관 수도원의 전신인 백동 수도원의 아빠스좌 승격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이 마련됐다. 연설을 맡은 요한네스 마르 박사는 “100년이 지나면서 오틸리아 연합회 소속 수도원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수도자의 삶과 선교사의 삶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왜관 공동체가 수도자의 삶과 선교사의 삶에 계속 도전을 받으면서 새 출발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이날 왜관 수도원 대성당에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들이 한마음으로 새 아빠스 탄생을 축하했다. 교황청 서기관 쥘리엥 카볼레 몬시뇰, 주교회의 사무처장 이기락 신부를 비롯해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 유럽 아빠스 대리 스테판 라스터 신부가 참석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인보성체수녀회 등 한국 남녀수 도회 장상 및 수도자들도 대거 방문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심장섭 종무실장, 백선기(미카엘) 칠곡군수,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윤영해 원장 등 정·관·종교계 인사들 모습도 보였다.

◎…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아무래도 부모님. 박 아빠스의 부친 박팔수(암브로시오·71)씨와 모친 김순연(데레사·70)씨는 “좋은 아빠스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만큼 어려움도 많을 것이지만, 늘 그래왔듯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기도로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 왜관 수도공동체 형제들의 기대 또한 컸다. 수도원 최고연장자 이석철(미카엘·99) 수사는 “지혜가 있으면 잘 다스릴 수 있고, 성령이 가득하면 모든 형제들이 잘 따를 것”이라며 “항상 지혜와 성령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고 당부했다. 수도원 성소담당 박진형(비오) 신부는 “젊은 분위기 안에서 형제들뿐 아니라 이곳을 찾아와 영적인 쉼을 경험하는 신자들 모두 공동체 안에서 하나 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아빠스님의 사목표어처럼 수도원이 좀 더 밝은 모습으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왜관 수도원을 위해 봉사직분을 펼치는 ‘봉헌회’도 이번 축복식 행사진행에 앞장서는 등 기쁨을 봉사로 드러냈다. 총 봉사자 박상덕(암브로시오·78)씨는 “젊은 분께서 큰 직무를 맡으셨기에 수도회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느 분보다도 봉헌회에 관심이 많으신 아빠스님께서 수도원 발전과 봉헌회 활성화를 위해 힘이 되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새 아빠스 탄생의 기쁨만큼 전임 이형우 아빠스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2001년 8월 왜관 수도원 제4대 아빠스로 선출된 이후 12년 동안 수도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이형우 아빠스에 대하 많은 이들이 영육간 건강을 기원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2007년 수도원의 화재로 공동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강한 신앙심과 추진력으로 수도자들의 삶의 터전을 복구하셨고, 2009년 한국 진출 100주년 행사도 의미 있게 치르셨다”며 “이 자리를 빌어 이형우 아빠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봉헌회 총 봉사자 박상덕씨도 “화재로 인한 고통 등 재임기간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하느님의 일을 하셨던 이형우 아빠스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의 축복식이 20일 거행됐다.
조환길 대주교가 박현동 아빠스에게 수도공동체의 장상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열정, 사랑을 내려주길 청하며 축복기도를 바치고 있다.
박현동 아빠스의 축복식 후 주교단과 사제단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임 이형우 아빠스가 신임 박현동 아빠스에게 목자의 책임을 상징하는 목장을 전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정정호 기자,김신혜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