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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신임 아빠스 특집] 인터뷰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정정호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3-05-14 수정일 2013-05-14 발행일 2013-05-19 제 284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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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하는 베네딕도회 ‘신앙 공동체’ 만들 것”
아시아 선교 위해 인도·필리핀 연합회 수도회와 연계
기쁘고 진실되게 하느님 찾으며 사는 모습 보여줄 터
1909년 성 베네딕도회가 서울(백동) 수도원에 자리잡은 것이 한국 베네딕도회의 시작이며, 첫 남자수도회의 시작이었다. 이후 1913년 5월 15일 서울 수도원은 아빠스좌로 승격됐고, 같은 해 6월 8일 초대 보니파시오 사우어(신상원) 아빠스가 축복됐다. 이 땅에 아빠스가 탄생한지 꼭 100년째 되는 올해 왜관 수도원의 새로운 아빠스가 탄생했다. 새로운 교회와 세상을 위해 오늘도 복음정신으로 기도하고 일하는 순례 중에 왜관 수도원은 기쁨에 넘쳐 ‘주님께 새로운 노래를’ 부르게 됐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제5대 수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가 그 주인공. 10일 오후, 수도원에서 그를 만났다. 아빠스로 선출된 이후 쉴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지친 기색없이 반갑게 ‘환대’해주는 박 아빠스의 모습에서 ‘찾아오는 모든 이를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베네딕토 성인 규칙서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하느님께서 오늘 부족한 이 종을 놀라게 하셨습니다. 부족한 저를 공동체의 장상으로 세워주신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형제들의 사랑과 신뢰에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계속 저를 선택하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제5대 수도원장으로 선출된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선출된 직후, 부족한 자신에게 맡겨진 중책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네 앞길 주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 주시리라”는 시편 말씀을 떠올리며 형제들과 함께 모든 일을 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수도회가 왜관에 자리 잡게 된 것은 1952년입니다. 지금까지 수도원이 해오던 많은 일들이 있는데, 우선은 그 일들을 점검해 보고 현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동체적 식별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아빠스는 이어 ‘찾아오는 모든 이를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베네딕토 성인의 규칙서를 언급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도원을 찾아오는 신자들이 많은데, 그들을 어떻게 잘 맞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영적 갈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도원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아빠스는 왜관 수도원을 ‘선교하는 베네딕도 신앙 공동체’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앙인으로서의 삶은 우리 수도자들도 똑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베네딕토 성인 규칙서를 따르며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동생활을 하는 겁니다. 이를 먼저 구현할 때,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체험하고 느끼는 하느님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박 아빠스는 오틸리아 연합회 안에서 왜관 수도원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틸리아 연합회는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각 지역에 수도원이 많이 있지만 고령화나 경제적 어려움, 성소 부족 등 각각의 이유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우리 왜관 수도원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연합회 내 수도원들에 도움의 손길을 줄 겁니다.”

이어서 박 아빠스는 선교에 관한 수도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전했다. 특히 아시아 선교에 대해 강조했다.

“오틸리아 연합회는 본래 선교 베네딕도회입니다. 특히 아시아 선교를 위해서는 인도와 필리핀에 있는 연합회 수도회와 연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더 나아가서는 중국과 북한을 위한 활동도 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 아빠스는 2010년 유학 중에 산티아고 순례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한 달 동안 830km 정도를 걸으며 체험한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속에서 기도할 수 있는 단순한 생활이 ‘기도하고 일하라’는 수도 생활의 일면과도 닮은 듯하다”고 전했다. 또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과 길동무가 되어 친교를 나눴던 좋은 기억을 전하면서 “우리 공동체도 20세부터 9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다이나믹한 공동체”라며 “특히 선배 수사님들에게서 참 수도자의 모습을 보고 배웠듯이, 스스로도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수도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어 수도원에 입회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 아빠스는 대학시절 왜관 수도원이 사목을 맡고 있는 대구 대명본당에서 교리교사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전하면서 말을 이었다.

“교리교사 활동을 하며 수사님들과 수도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조용함 가운데 기도하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차츰 성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성소 동기에 있어서는 전임 이형우 아빠스와의 인연도 관계가 깊다.

“이형우 아빠스님께서 대명본당 주임으로 계셨을 때, 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본당 교리교사들을 데리고 제가 있는 울릉도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것이 계기가 돼 저도 교리교사를 하게 됐어요. 이후 이 아빠스님 후임으로 오신 박대종(디오니시오) 신부님의 권유로 수도원에 들어오게 됐죠.”

성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성소자 수 감소에 대해서도 물었다. 왜관 수도원의 경우, 매년 입회자가 끊이지 않고 있긴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로 볼 때, 성소자 수 감소는 위기인 것이 사실이다. 수도성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박 아빠스는 수도원이 운영하고 있는 ‘수도생활 체험학교’에 대해 말을 꺼냈다.

“왜관 수도원의 경우 2002년부터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고, 이후 노장년층, 가족 대상으로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에 와서 새로운 면모를 보고 알게 됐죠. 이런 모습들을 통해 수도원이 알려지고, 수도성소에 대해서도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 공동체가 기쁘고 진실되게 하느님을 찾으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영성의 향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만 있다면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계속 생겨날 거라고 봅니다.”

박 아빠스가 강조한 ‘선교하는 베네딕도 신앙 공동체’의 모습과 일맥상통했다.

“형제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우리 수도원이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우리 공동체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를 전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정정호 기자,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