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 ‘내일로’ 성지순례기

이주하(로셀리나)
입력일 2016-02-03 수정일 2016-02-03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기차타고 성지 돌며 영적 성장 이뤘어요”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담당 오승수 신부, 이하 한가대연)이 2016년을 맞아 ‘내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전국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이 조를 이뤄 1월 27~31일 4박5일간 함께한 이번 성지순례는 코레일의 ‘내일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다.

서울, 청주, 원주, 광주, 대구 등 5곳으로 나눠져 각각 출발지를 선택한 12개 교구 청년 131명은 여정 또한 제공된 교구별 성지와 추천 여행지들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순례를 떠났다. 1월 31일 대전 대흥동 주교좌성당에 도착한 청년들은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순례의 감동을 나눴다.

이번 순례는 가톨릭 학생운동 60주년을 기점으로 본격 부활한 한가대연이 처음으로 마련한 전국 단위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 대표들은 지난해 세 차례 모임을 갖고, 전국 교구 설명과 주요 성지 정보를 담은 안내 책자도 제작하는 등 순례를 위해 노력해왔다. 다음은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글라라 소속 이주하(로셀리나·21)씨의 내일로 성지순례기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청년들이 1월 31일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 내일로 성지순례 폐막미사 후 유흥식 주교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전교구 홍보국 제공
한가대연 내일로 성지순례. 처음 이 세 단어의 조합을 접했을 때 그 의미가 나를 무척 설레게 했다. 한가대연, 한국가톨릭대학생연합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내일로, 5일간의 자유 기차 승차권을 활용해 여행길에 오르고 성지순례, 성지를 방문하며 신앙적 성숙도 이뤄낼 수 있는 기회라니!

그만큼 걱정도 많았다. 알지 못하는 학생들과 여행을 해야 하는 점, 내일로 기차여행인 만큼 4박5일간 입석으로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점, 성지순례인 만큼 여행 중에도 신앙인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출발 전까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여행길에 오른 뒤 그런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조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기본 4인 1조로 나눠 여행을 다니게 됐다. 조의 사정상 더 적거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닌 경우가 있었고 우리 조도 조원의 사정상 6명이 함께 다니게 됐다. 조장을 맡게 돼 여행을 조정하고 이끌어 나가야 했을 때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조원들 모두 힘든 여행길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줘 조장으로서 고생할 일이 없었다.

내일로를 통한 성지순례였던 만큼 순례 사이에 관광을 많이 하게 됐다. 자칫 즐거운 마음이 커져 본래 목적을 잊을 수도 있었지만 성지를 방문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경건한 마음과 태도를 갖추는 모습에 조원들에게 감동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빗길에 신발이 젖어도 먼 길 돌아 성지를 찾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 있는 성지에서 오랫동안 묵상하고 기도하는데 불평하지 않았다. 세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미사를 드려야 했던 일정에도 모두들 맑은 정신으로 강론을 듣는 모습에서는 기적이 이뤄졌다고 느꼈다. 여행 내내 좋은 조원을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기도를 올렸다.

내일로 여행을 통한 성지순례의 좋은 점은 서로 거리가 먼 도시를 돌아다닐 때도 비용이나 배차 시간 걱정 없이 기차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행 중 돌발상황이 생겨도 기차를 놓칠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며 가고 싶었던 관광지, 성지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식당칸 바닥에 앉아 졸면서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다.

성지순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땐 그 단어가 주는 중압감이 있었다. 성지를 방문할 때 여행으로 들뜬 마음에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본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는 가운데 점점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전주천을 건너 초록바위성지를 찾았을 때, 추운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기도 드리면서도 추운 줄 몰랐다.

한가대연 내일로 성지순례는 이제 막 21살이 되는 내게 너무나 큰 경험을 하게 해줬다.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많은 곳을 둘러보며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행 내내 주님과 함께하며 기도하는 일을 일상화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하느님께 감사인사를 올리며 이번 순례를 기획하는 데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우리 조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주하(로셀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