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뇌성마비 아들·뇌졸중 남편 돌보는 박희명씨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5-08-19 수정일 2015-08-19 발행일 2015-08-23 제 295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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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빚 갚기는 고사하고 당장 살 곳도 없어 
남편 쓰러진 이후 부도로 ‘빚더미’
밤낮 일해도 병원비 마련 역부족
시설에 보냈던 아들 증상 심해져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 김진형씨가 서울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내 보호작업장에서 공업용 못끼우기 근로활동을 하고 있다. 10여만 원을 받지만 살림에 보탬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네.” “아니오.”

뇌성마비 1급 김진형(가명·다니엘·30)씨가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전부다. 이 같은 대답도 어머니 박희명(아녜스)씨나 강서뇌성마비복지관 활동 보조교사 등 익숙한 사람 앞에서 뿐이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금세 겁을 먹고 눈물을 보인다. 김씨는 그만큼 타인에 대한 대처 능력이 약하다.

김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발달지연으로 인해 4살 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증상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등산도 가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화도 보러 다녔었다.

하지만 2010년 가세가 기울면서 2년간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지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갑작스런 가족과의 이별,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 탓에 뇌성마비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김씨의 부모는 군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 김씨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자 사업은 부도났다. 이후 가정은 빚더미에 앉게 됐고, 김씨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겨졌다.

2년간 시설에서 지낸 후 김씨는 처참한 몰골로 돌아왔다. 시설에서 학대를 받아 환청과 환각 증상을 나타냈다. 또한 후유증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자기 표현력은 더욱 약해졌다. 다른 사람과의 눈 마주침, 일상생활의 간단한 대화도 어렵게 된 것이다.

아들 모습을 보면 어머니 박씨의 가슴은 미어진다. “빚을 갚는데 급급하다보니 아이를 시설에 맡긴 게 너무 죄스럽다”고 말했다.

김씨 가정은 여전히 빚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이는 어머니 박씨 뿐이다. 아버지 김성태(요셉)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사지마비로 병상에 누워있는 신세다.

박씨는 새벽 5시부터 뷔페에서, 오후 6시부터 치킨집 주방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박씨의 소득으로 2억 원의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가 지난 6월부터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내 보호작업장에서 근로활동을 해 10여 만 원을 받고 있지만 가족 생계에 별 보탬이 되지는 못한다.

어머니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김씨가 보호작업장 근로활동을 하더라도 아버지 간병비와 병원비,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버겁다. 생필품은 동사무소, 복지관, 성당 등에서 지원받아 겨우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도 없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받아주는 집주인을 만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겨우 옥탑방을 구했지만 김씨의 장애를 빌미로 집주인은 이사를 가라고 했다.

그러던 중 성당 지인 도움으로 2013년부터 무상거주지에서 생활했지만 이마저도 가족이 지낼 수 있는 곳이 못 됐다. 재개발 전까지 5~6년 사용 기일을 약속받고 생활하던 중 계획보다 빨리 재개발 지역으로 결정돼 올해 9월 초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거주할 곳을 찾고 있으나 장애가 있는 김씨가 살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의 질병으로 인해 김씨 가정은 지칠대로 지쳤다. 김씨 가족이 삶의 의지를 놓지 않도록 온정이 필요하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모금기간 : 8월 19일(수)~9월 8일(화)

김신혜 기자 (c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