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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환경 회칙 해설 - 찬미받으소서] 기고 / 지구, 우리 공동의 집 : 「Laudato Si’」로 세상 바라보기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5-07-28 수정일 2015-07-28 발행일 2015-08-02 제 295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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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의 감각’으로 모든 피조물과 친교 이뤄야
하느님에게 뿌리 둔 ‘유대’로
모든 것 서로 연결돼 있어
통합 생태학 따른 접근법 필요
조현철 신부
조현철 신부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Laudato Si’, 16항).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 6월 18일 발표한 회칙 「Laudato Si’」에서 생태학의 오래된 근본원리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냈다. 회칙의 핵심어인 “우리 공동의 집”과 “통합적 생태학”도 만물의 상호연결이라는 생태학적 통찰에서 비롯된다(1, 137항).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연관되어” 하나의 그물망을 이룬다(137항). 그물망을 이루는 모든 것은 각자 나름의 존재 이유와 본질적 가치를 지니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집안의 식구들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지구가 우리 모두의 집(οἶκος)인 까닭이다. 한 집안에 속한 자연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지 않듯, 사회의 위기와 자연의 위기도 별개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환경적 차원을 함께 지닌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139항). 생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통합적 생태학이 필요한 까닭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핵발전을 예로 들어보자. 핵발전소는 외부 세계와 절대적으로 분리, 차폐되어야 한다.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죽음의 재’, ‘꺼지지 않는 불’로 불리는 200여 가지의 치명적 방사성물질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완벽한 분리와 차폐는 불가능하다.

잊지 말자!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핵발전으로 인한 지역적 오염은 결국 우리 공동의 집 전체를 오염시킨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핵발전은 자연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다양하게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최대한 분리와 차폐가 요구되는 핵발전소는 태생적으로 폐쇄적 운영이 불가피하며, 투명성과 개방성의 확보가 매우 힘들다. 핵발전소가 비리와 부실운영의 온상이 되기 쉬운 까닭이다.

핵발전은 인간의 노동을 요구하지만, 피폭노동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의 가장 힘없는 이들이 생존을 위해 피폭노동을 감수한다. 핵발전으로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가 파괴된다. 주로 어업에 종사하던 지역주민들의 자립적 삶은 의존적 삶으로 전락한다.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적 접근’은 동시에 ‘사회적 접근’이어야 한다(49 93항 참조).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배제하는 사회가 자연을 친절하게 대할 리 없다(91항). 레오나르도 보프가 주장했듯이, 우리는 ‘지구의 울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음’을 함께 들어야 한다(49항).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92항). 또한, 생태위기는 ‘관대한 돌봄의 정신’과 ‘적을수록 크다’는 확신을 가져오는 개인의 ‘깊은 내적 회심’을 요청한다(220, 222, 217항). 이 ‘생태적 회심’은 검약과 절제의 생활양식, 자신을 벗어나 타자를 향하는 관심으로 이어진다(217, 222, 208항).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 만물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창조되었으며, 따라서 하느님의 것이다(창세 1장 지혜 11,26).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에게서 비롯되는 유대로 연결되어 “보편 가족, 친교 공동체”를 이룬다(89항).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세상의 모든 피조물과 형제자매의 친교를 이루며 살았다. 프란치스코의 회심은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와 만남으로써 시작되었으며, 자기비움과 가난의 삶으로 구체화되었다. 그의 가난은 단순한 고행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이용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의 거부였다(11항). 이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소중한 피조물로 알아보고 대하는 것을 뜻했다. 그럴 때, 지구는 ‘형제애의 감각’이 가득한 우리 모두의 집이 된다(92항). 프란치스코가 노래했듯 세상은 ‘우리의 생명을 함께 나누는 누이, 팔을 벌려 우리를 감싸주는 아름다운 엄마’같은 우리 모두의 집이다(1항).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