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비금도에서

김대현(베드로·광주대교구 영암 신북본당 총회장)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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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유난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늦은 가을에 마쳐야 할 일들을 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었던 봄을 보내고, 모처럼 모든 일상을 접고 신한 비금도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얼마만의 여행길인가. 이른 아침부터 설레고 즐거웠다. 사연인즉, 이날은 우리 본당 사목회 위원들이 주임 신부님 영명 축일을 맞아 비금도에서 축하해주기로 뜻을 모았던 날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목포 북항에 도착한 일행은 예정된 시간에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배는 거친 물살을 가르며 비금도로 향했다. 배 안에서 크고 작은 섬들은 보니 감회가 깊어졌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신안에는 1004개나 된다고 한다. 참 오랜만에 맛보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니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삶을 살자고 하면서도 가끔은 쓸데없는 고민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어느새 여객선은 비금도 뱃머리에 도착했고, 그 곳 교우들의 안내를 받아 가장 경치가 좋다는 해변에 여장을 풀었다. 확 트인 바다와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탄성이 절로 났다. 미리 준비한 텐트에서 신부님의 영명 축일 케이크를 자르고, 축가를 불렀다. 분위기는 한층 더해졌고, 함께한 이들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 취한 나는 ‘바보 같은 사나이’를 열창했다. 너무나도 속이 후련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모습이 어리석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노래를 간혹 부른다. 어떤 날은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기쁘고 즐거운 밤이었다. 즐거운 비금도에서의 첫 날 밤은 깊어만 갔다.

이튿날 비금도 석문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그곳은 한창 바쁜 철이었지만, 많은 교우가 일손을 멈추고 주임 신부님이 주례하는 미사를 참례했다. 본당 주임 신부님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가 가득해 보였다.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함께한 우리도 행복했다.

신부님께서는 이곳에 계시면서 성전을 지으셨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성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전을 짓는 동안 뇌경색으로 쓰려지셨다. “그때 육지에 있었더라면…, 응급처치를 조금만 빨리 했었더라면….” 신부님께서 꺼내신 이야기에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곳 교우들에 의하면 모두가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신부님은 이곳을 못 잊으실까?

돌아오는 뱃길에서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봤다.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모두가 후회스런 삶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알게 된 내 생애 최고로 잘 한 일이 위안이 됐다. 순간 마음이 뿌듯해졌다.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자문해봤다. “진정,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고 있는지….”

김대현(베드로·광주대교구 영암 신북본당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