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정로환과 역사교육 / 조욱종 신부

조욱종 신부(부산교구 로사리오의 집 관장)
입력일 2015-06-30 수정일 2015-06-30 발행일 2015-07-05 제 295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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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종점인 부산역은 원래 부산시 중앙동에 위치해 있었다. 중앙동에는 예로부터 선박회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부산항의 1, 2부두가 중앙동에 위치해서였다. 그러나 르네상스 양식의 멋있던 부산역사가 불행하게도 대화재로 송두리째 불타 전소되는 바람에 바로 옆 동네인 초량동으로 새로 지어 이전하게 되었다.

불이 나기 전의 부산역 사진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산역과 중앙동의 1부두가 철로 및 승객 통행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기차역과 부두를 철로로 연결하였으니, 즉 일본에서 배로 싣고 온 군대와 화물을 철도로 바로 연결하여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대륙침략을 목표로 만주에 진출하기 위해 건설한 철도를 마치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를 위해서 만든 것인 양 꾸민 거짓을 밝혀주는 사진이다.

그런 예들이 무수히 많은데, 재미있는 예로 정로환을 들 수 있다. 설사에 잘 듣는 ‘정로환’(征露丸). 일본이 품은 자기 나름의 원대한 꿈은 중국과 러시아를 정복하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렀는데, 러일전쟁 중에 일본군들이 러시아의 추운 날씨와 나쁜 물 때문에 설사가 심해서 연일 죽어나게 되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일본왕실 주관으로 공모, 독려해서 만든 약이 바로 정로환이었다. 그래서 러시아(露)를 정복(征)하는 약이라는 뜻으로, 설사약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름의 약명, 정로환(征露丸)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이 자기들 야욕을 채우기 위해 만든 산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한국 근대화에 이바지하였다고 주장하는 몰염치, 여기에 동조하는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의 식민사관 등은 일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어리석음이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후한무치 발언과 행동을 보면 역사 뒤집기에 분노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같은 예가, 한국의 경제발전이 성공한 이유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서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맡아서 더 큰 성장을 이루어낸 결과들을 종합해 본다면 어떤 특정인물이 이루어 낸 업적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일방적이다. 온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말해야 제대로 된 역사진단이다.

이처럼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고치기 위한 정확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한국 현대사에서 교회가 수행한 훌륭한 역할과 그 수행한 단체 또는 개인들을 소개해온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모르는 역사를 바로 알자라는 취지였다. 우리 교회는 순례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여정에 있으므로, 지나온 발자취를 올바로 교육하여야만 뒤따르는 순례자들에게 제대로 표지판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는 특히 역사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젊은이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접할 때면, 그 빈도와 양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접할 때면 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의 문화가 정착하는 민주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역사 인물들 안에서, 교회 성인들 삶 안에서 그리고 작은 그리스도인들 삶을 통하여 놀랍고도 진지한 영성들을 만나게 된다. 영성의 보고들이 성인들 삶에서, 작은 그리스도인들 삶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영성에 감화를 입어 더 열정적인 그리스도인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작지만 훌륭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역사의 중요성이 바로 그러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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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종 신부(부산교구 로사리오의 집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