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첫 평신도 선교사 이경숙 씨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6-23 수정일 2015-06-23 발행일 2015-06-28 제 295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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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생활, 일상으로 오신 주님 만난 시간이었죠”
1990년 필리핀 파견
난지도 등서 빈민사목 활동
귀국 후에도 현장 경험 살려
선교사 교육 계발에 매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첫 평신도 선교사 이경숙씨. 25년 전 필리핀 선교 경험은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위해 단 2년을 내놓을 수 있는가?”

이 짤막한 질문이 25년 전 이경숙(유스티나·60)씨의 가슴을 두드렸다. 당시 서른다섯 살로, 한창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던 그는 돌연 인생에서 단 몇 년 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곧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린 곳이 성골롬반외방선교회다. 이미 선택과 야학 봉사로 인연을 맺었던 선교회에서 평신도 선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그는 선뜻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선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이씨는 1990년 6명의 평신도들과 함께 필리핀을 향해 떠났다. 이들은 골롬반회에서 파견한 첫 번째 한국인 평신도 선교사들이었다. 그리고 올해 평신도 선교 25주년을 맞았다.

타지에서의 선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함께 파견된 선교사 간의 불화도 생겼다. 한국에서는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부했던 이씨는 이 과정에서 민낯의 자아를 발견했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 깨달았다.

그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 후에는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첫 번째 임기가 끝나고 다시 3년을 필리핀에 머물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지금까지 체험하고 깨달은 걸 잊을 것 같았다”는 이씨는 첫 임지를 떠나 쓰레기섬으로 알려진 필리핀 파야타스로 갔다. 그곳에서 평생 마음에 새길만한 체험을 했다.

“앞집에 아이 넷을 키우는 과부가 살았어요. 제일 큰 애가 13살 정도였고, 막내는 갓난쟁이였는데 엄마가 삶의 의욕도 없고 너무 무기력해 보였어요. 저는 저 가족을 위해 뭘 해줘야 하나, 어떻게 저들을 가난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을 찾으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죠. 근데, 어느 날 문득 그 젊은 엄마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시는 예수님이요.”

이씨는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면서 그가 갖고 있던 내면의 문제들도 곁에 있던 이들에게 하나, 둘 풀어낼 수 있었다.

선교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2004년까지 약 9년 동안 골롬반회에서 평신도 선교사 교육 프로그램 계발에 매진했다.

이씨는 또 선교 현장에서 사제들과 나눴던 상담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을 살려, 사목상담과 애니어그램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 애니어그램연구소 내적여정 동반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5년간의 경험을 응축해 내면의 자아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들의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필리핀에서의 선교생활은, 일상 속으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일생의 딱 3년을 하느님께 바치는 게 어떨까요?”

지난 6월 20일로 예정됐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 25주년 행사는 메르스 영향으로 취소됐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