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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가끔은 미쳐도 좋다」 출간, ‘봉달이’ 나봉균 신부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5-06-16 수정일 2015-06-16 발행일 2015-06-21 제 294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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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사·미안함… 표현하세요, 그게 사랑입니다”
 다양한 복지 현장 사연
 유쾌한 입담으로 소개
 인세 전액 복지기금에
“신자들 만나려면 웃어야”
가끔은 미쳐도 좋다 / 한호진 그림/252쪽/1만1000원/바오로딸

“웃음의 핵심은 반전입니다. 반전 포인트를 잡으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습니다. 사제가 신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웃음이 필요합니다. 웃음은 경직된 얼굴을 단번에 해소해줍니다.”

나봉균 신부(대전교구 사회사목국장)가 제목부터 파격적인 책 「가끔은 미쳐도 좋다」를 펴냈다. 나 신부가 2002~2014년 10년 넘게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소식지 ‘나눔의 샘’에 실었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소식지를 기다리는 기쁨으로 한 달을 살았다는 애독자들이 있을 정도로 신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책은 출간 보름 만에 2쇄를 찍었다.

“책 제목은 역설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때마다 그분들이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요즘 세상에서 그런 분들은 보기 드물거든요. 우리가 항상 타인을 위해 퍼주고 살 수 없더라도, ‘가끔은’ 이분들처럼 ‘미쳐서’ 봉사활동도 하고 선행도 하자는 겁니다.”

책에는 2002년 교구 사회사목국 차장으로 부임해 장애인을 돌보며 사목했던 경험부터 본당 사목현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명랑하고도 친근하게 담았다. 신자들을 기쁘게 해줘야 한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나 신부의 별명은 ‘봉달이’다. 신학생 때 얻은 별명이지만 사제가 된 후에도 몇몇 원로 사제나 주교들로부터 ‘봉달이’로 불렸다.

“까만 피부색 때문에 ‘까만 봉달이’라는 호(號)까지 생겼습니다. 처음 만난 신자들에게 ‘길거리에 굴러다니고 날아다니는 까만 봉다리(봉지의 방언)를 볼 때마다 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소개하곤 하죠. 그러면 딱딱한 분위기가 금세 풀어집니다.”

나 신부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 ‘짜증의 역설’이란 해법도 내놨다.

“우리는 어떤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반찬을 더 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종에게 명령하듯 말할 수 있지만,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예요?’라고 짜증내거나 정색하며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하니까 종업원이 반찬을 더 많이 줬어요. (웃음)”

책 출간 후 나 신부는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으로부터 격려 편지를 받았다. 장 주교는 편지에서 “봉달이 신부님의 미친 말씀에 더위도 잊고 있다”며 “젊은 아날로그 동지를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 편지는 장익 주교님이 저에게 먼저 표현해주고 다가온 셈이지요. 우리는 행복하면 행복하다고,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나 신부는 이 책의 인세를 모두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책에는 경건한 사제의 모습보다는 편안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평범한 사제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신자들이 한 번이라도 따뜻하고 가벼운 미소를 챙긴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김근영 기자 (gabin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