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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개교 160주년] ‘아시아 상황에서의 사제 양성’ 국제 심포지엄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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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교회 시대적 사제상 함께 고민
‘아시아 상황에서의 사제 양성’ 주제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을 비롯한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신학대학 학장들 발제로 진행됐다.
‘아시아 상황에서의 사제 양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은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의 사회와 한국,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 6개국 신학대학 학장들의 발제로 이뤄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아시아 각 나라의 특징에 따른 사제 양성 방안을 나누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사제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보편교회 차원의 시대적 사제상을 새롭게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영식 신부는 “사제 양성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진 자리”라며 “향후 지역교회의 화합과 발전이 선교로 이어지면서 아시아의 한 형제임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인도- 요셉 마티아스 신부(교황청립 성 베드로 신학교 학장)

전인적 양성 위한 새로운 교수학 절실

인도는 이제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대국이다. 도시화, 세계화가 인도대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사제양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시대 모델을 취하고 있어 인도의 도전과제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제의 통합적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수학이 시급하다.

심리적, 정신적 결함이 사제 서품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기에 이런 결함을 파악하면 비극적 결과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전인적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수학이 필요하다.

인도교회의 리더십과 사제양성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돼왔다. 사랑과 용서, 봉사, 희생정신, 인간적 성숙함이 요구된다. 도덕적, 영적 온전함을 가진 사람이 사제가 돼야 한다. 따라서 양성 지도자는 단계마다 신학생들이 어떤 목표를 달성했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신중히 계획된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강압보다는 신념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

- 특징: 12억 인구 가운데 2%가 그리스도교 신자다. 하지만 인도교회가 교육과 의료,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훌륭히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정부의 인정을 받고 있다. 많은 수의 인도 사제들이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 등에서 선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방글라데시- 임마누엘 로자리오 신부(성신 대신학교 학장)

변화하는 도전과제 대응할 수 있어야

보편교회뿐 아니라 지역교회를 위해서도 사제 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방글라데시의 사제 양성은 계속해서 변하는 방글라데시의 현실 도전과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제 양성은 정체성, 사명과 연결돼 있지만 사제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이라는 개념이 사제 양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제 양성은 지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역량을 살려주고 사목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인적 성장이다.

사제성소는 축복이며,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면을 부각하면서 사제 양성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 여러 가지 교회와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사제 양성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여러 방향으로 사제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신학교 이전 양성과정과 신학교 과정(소・중・대신학교), 대신학교 전 예비 교육기간 등으로 구성된다.

- 특징: 신자 비율이 0.03%로 매우 작지만 사제성소에 대한 의식과 정체성은 강한 편이다. 가톨릭교회는 국가 교육·자선사업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토착민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에 따라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교회다.

■ 베트남- 요셉 다오 주교 (쑤안록 대신학교 학장)

‘예수·복음적 가난·지역사회 친교’ 중심 돼야

베트남은 고유의 문화와 근대화, 세속화와 같은 현대사회적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사제 양성과정에 있어 다양한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3가지 측면은 지켜져야 한다. 사제 양성과정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하고, 복음적 가난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지역사회와의 친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부상하면서 젊은 세대와 신학생들조차 이러한 신문명 기술에 끌리고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제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신학적, 사목적, 영적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들이 등장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 가운데 식별하는 것과 그것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도전과제다.

이론에 국한된 양성 프로그램은 실패하기 쉽다. 완벽한 신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사제성소에 맞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도 사제 양성 여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 특징: 신자 비율은 7~8%다. 과거 중국 불교문화 영향을 받았지만 현재는 서양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교가 많이 자리 잡았다. 종교와 공동체적 사고방식이 강해 신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사제성소는 많지만 이를 수용할 환경이 부족하다.

■ 캄보디아- 빈센트 세네샬 신부(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대신학교 교수)

이웃종교와 대화하는 사제 양성 노력

캄보디아는 1980년대 전쟁으로 인해 신학교가 폐쇄됐다가 1990년대 난민캠프에서 다시 시작했다. 난민캠프에 외국 사제들이 와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교리공부 등을 진행했다. 신학교 문을 다시 연 초기에는 한 사제가 나라의 1/3에 해당하는 교구를 담당했었는데 대목구장과 신학교 수업을 같이 해내느라 정말 바빴다고 한다.

따라서 당시에는 신학생이 보좌신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학구적인 사제 양성 과정이 아니라 사목 중심의 양성 과정 교육이 행해졌다.

1998년 신학교는 수도 프놈펜으로 옮겨졌고 사제 양성 과정에 따라 인성·영성·지적·사목적 교육을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2006~2014년 신학생들은 철학 4년, 신학 3년 과정으로 수업을 들었다. 올해부터는 철학 2년, 신학 4년 과정으로 변경됐다.

캄보디아 사제성소의 문제점은 수가 적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신학교를 계속 운영할지 해외에서 신학생을 양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특징: 신자 비율은 0.15%. 전체 사제 중 캄보디아 출신 사제는 7명뿐이며 신학생은 8명이다. 사제성소 수 자체가 적은 것이 문제다. 사제 양성에 있어 ‘대화’를 중시한다. 이웃종교와 대화하는 사제, 세계화에 적응하는 사제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필리핀- 로델 알리건 신부(교황청립 산토 토마스 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예언자·리더로서의 사제 인성에 중점

필리핀은 BEC라는 기초 교회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교회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 쇄신을 위해 전국사목협의회를 구축하고 9가지 사목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통합적 신앙 형성 ▲평신도의 적극적 사회 참여 ▲빈곤층의 사회 참여 ▲성직자의 통합적 쇄신 ▲교회 일치와 이웃종교와의 대화 등을 우선순위로 두고 사목활동을 펼친다.

이에 따라 사제는 주어진 환경에서 적합한 사목적 성찰을 하고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화의 기술을 배워 사제가 겪는 여러 가지 갈등 상황과 이데올로기적 상황에서 조화와 화해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를 위해서는 사제직에 대한 편협한 범위에서 벗어나 좀 더 포괄적인 사제 교육이 필요하다. 사제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예언자, 리더로서 재평가해야 하고 그들의 인성을 중시하고 있다.

- 특징: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예전에는 전국민이 가톨릭 신자였지만 신자 비율이 70%로 떨어졌다. 이는 사제성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리핀 신학교에서는 300~500명 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매년 20여 명이 서품을 받는다.

■ 한국- 백운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영성·인성교육, 말씀 중심으로 이뤄져야

사제 양성 기준을 프로그램 기획으로 제시하고 대신학교와 관련해 7가지를 제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성교육’이다. 말씀을 통해 이뤄지는 영성교육은 인성교육과도 관련이 있다. 말씀을 중심으로 영성교육과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는 통합적인 지적교육이다. 신학생들이 신학과 인문학 간의 통합적 대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강좌나 세미나 운영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좋은 강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일이고, 네 번째는 사목자 선교사를 양성하는 일이다. 한국교회는 북한과 중국을 대상으로 북방선교를 책임지는데 이와 관련된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다섯 번째는 생활 전담 원감 신부 및 연구・강의 전담 교수 신부가 구분돼야 한다. 여섯 번째는 교황청 인정 대학으로의 변화다. 현재 한국 신학교에서 취득한 학점은 교황청립 대학에서 인정받지 못 한다. 아시아 신학교들은 대부분 국가기관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신학교 편입이나 대학원 입학도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신학교 간 통합이다. 훌륭한 교수진 확보, 교구 간 교류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김신혜 기자 (c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