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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자살예방 캠페인 '행복해져라!']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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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자살로 아픔겪는 이들
맺힌 응어리 털어놓으며 치유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우울증을 지켜봐야 했던 조씨는 어머니의 자살을 알게 된 후 혼란과 절망에 빠지게 됐고, 삶이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고통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감정조차 다시 죄책감으로 돌아오고 자신 또한 우울증을 앓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공포를 지닌 채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를 찾았습니다.

상담에 참여하며, 조씨는 여러 감정을 느꼈습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이 중요한 존재였는지 회의(懷疑)하기도 하고, 또 아픈 어머니에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살아생전에 어머니에 대한 화를 표현할 수 없어, 언제나 자신에게 그 화를 화살처럼 쏘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우울과 자살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다던 조씨는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에서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함께 참여한 이들은 슬픈 마음을 서로 토닥여주었습니다. 이후, 조씨는 늦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서서히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그녀는 말했습니다. “제 안의 복잡한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라고. 자살로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도 상실한 조씨는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을 통해 위로를 얻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했습니다.

조씨처럼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같은 슬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유가족들이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천천히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은 자살 유가족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슬퍼하며 울기도 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가족들은 다시 새롭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 안내

- 대상 : 자살로 가족 및 소중한 이를 잃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

- 참가비 : 무료(총 6회기), 초기 면접상담을 통해 상담심리사와 1대 1 만남을 가진 후, 추후 자살유가족 자조모임(6~7월 예정)을 통해 회복을 돕게 됩니다. 이후 9월에 사별가족을 위한 1박2일 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센터 홈페이지(www.3079.or.kr)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02-2265-2952 (월~금, 10~17시)

해바라기 슬픔돌봄 모임이 열리는 공간.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제공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