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청립 ‘혼인과 가정 대학’ 교수 소바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5-26 수정일 2015-05-26 발행일 2015-05-31 제 294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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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이 아닌 구원을 향한 부르심”
소바 신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그 사랑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 안에 역사하신 하느님께선 어떤 분이신지, 그분이 나에게 주시는 사랑이 무엇인지…. 바로 사랑의 근본을 알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물론 각국 교회들이 혼인과 가정 사목에 큰 힘을 싣고 있지만, 관련 문제들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고 있다. 후안 호세 페레즈 소바(Juan Jose Perez soba) 신부는 이러한 현실은 사목 방향이 사랑의 근본을 알아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외적 방법론을 밝히는데 급급했던 결과라고 지적한다. 사랑의 관계 형성은 하지 않고 방법만 가르치는 것이 현재 교회 안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라는 말이다.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대학 정교수로 활동 중인 소바 신부는 몸 신학과 교회의 사목 현장을 연결, 유럽 각국의 혼인과 가정 사목에 큰 영향을 준 신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혼인과 가정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 사목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인다. 혼인과 가정에 관한 신학적 저술과 강연도 왕성하게 펼치는 인물이다. 이번 호 ‘생명지킴이를 찾아서’에서는 5월 중순 열린 몸신학 국제 학술대회와 특강 등을 위해 방한한 소바 신부를 만나봤다.

“사랑은 하나의 부르심입니다. 전 생애를 두고 완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파편만 들여다볼 뿐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사랑이 삶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않고 지냅니다.”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이른바 ‘참된 사랑’을 원한다. 반면 사랑에 대한 해석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소바 신부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 사랑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인 ‘몸 신학’은 왜곡된 사랑의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인격적인 만남으로서 사랑의 기본 원리들을 설명해준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삶이 무엇인지를 인간의 몸과 성, 혼인과 가정, 생명윤리를 통해 밝혀주는 것이다. 소바 신부는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대학도 보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관해 올바로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사랑은 사람을 구원합니다.”

소바 신부는 “밖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을 내면에서 발견하면 구원의 체험을 살아가고, 자기 삶의 이유를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랑은 어떤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으로서, 완전함으로 이어지는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구원의 사랑을 전하는 것은 복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면이기도 하다.

“교회의 본질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 안에 있는 성령의 현존을 통해 압니다.”

우리가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과 친교를 이루고, 또 자녀들이 다시 자녀를 낳는 모습에서도 우리는 사랑의 증거를 볼 수 있다. 소바 신부는 “교회는 그리스도가 사랑으로 당신을 다 내어주시는 성찬례 안에서 태어나고, 마치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아끼며 일치하듯 교회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며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바 신부는 “자비는 하느님 사랑의 깊은 핵심이고,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죄, 죽음 등 인간이 지닌 각종 결핍들을 완전하게 해주고 치유해주는 것이 자비라는 설명이다. 연민은 단순한 감정일 뿐이지만, 자비는 치유의 능력이 있고 악을 이긴다.

소바 신부는 혼인과 가정 사목 안에서도 자비를 실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혼한 이들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단순히 관용의 문제가 아니라, 자비의 충실성으로 되돌아가 하느님의 사랑에 다가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가장 큰 위기는 인격, 인간 내면의 위기입니다. 다양한 문화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 참 사랑은 드뭅니다. 무엇보다 가정 안에서부터 개개인이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신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