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대교구 제1회 대주교와 함께하는 젊은이 날 이모저모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5-05-04 수정일 2015-05-04 발행일 2015-05-10 제 294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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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이지만 주님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어”
학업·취업 등 청년들 처한 현실·신앙 고민 나눔의 장
대주교 젊은 시절 사진 공개 기타·노래 솜씨 뽐내기도
본당·단체서 750명 참석 수도자·장애인·군인 함께해
5월 2일 대구대교구 ‘제1회 대주교님과 함께하는 젊은이의 날’ 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청년들을 위해 직접 기타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
“대주교님, 사진 찍으실래요?”

대구대교구 ‘제1회 대주교님과 함께하는 젊은이의 날’에 모인 청년들이 하나둘씩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앞으로 모여들었다. “하나 둘 셋, 찰칵~”

너도나도 셀카봉(휴대전화로 자신의 사진을 직접 찍기 위한 막대)을 들이대는 청년들 모습에 조 대주교는 어색해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행사가 열린 대구대교구청 교육원 대강당에는 각 본당과 청년 신심단체 등에서 모인 750여 명 젊은이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행사가 시작되자 영상을 통해 교구장 집무실에서 일하는 조환길 대주교 모습이 나타났다. 영상에서 조 대주교는 집무실을 출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교육원 대강당으로 걸어왔다. 대문이 열리는 영상이 나오는 순간, 실제로 대강당 입구에서 조 대주교가 청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멀게만 느껴졌던 교구장 대주교가 곁으로 다가오자 청년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조 대주교는 청년들과 인사하며 “저는 여러분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며 “이 시간을 통해 여러분들 짐이 더 가벼워지고 신앙생활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교구장 대주교와 젊은이들의 대화는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사전에 수합한 질문들로 대화가 이뤄졌다. 주제는 ▲학업과 취업 등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한 격려 ▲세상 유혹으로부터 신앙을 지키기 위한 지침 ▲교회 안에서 상처 받은 청년들을 위한 위로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 실천할 방법 등 네 가지로 요약됐다.

조 대주교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젊은이들을 격려하며 “물질만능주의와 세속화라는 물결을 거슬러 복음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로 이끌어 주시는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며 “그분 가르침에 따라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면 세상 어떤 어려움에도 바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청년들과 조 대주교의 즉문즉답 시간이 마련됐다.

“직접 기적을 체험하신 적이 있는지” 묻는 한 청년에게 조 대주교는 “저는 아무 것도 아닌데 하느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답변했다. “혼자서 격무에 시달리시는데, 보좌주교가 필요하지 않은지”라고 묻는 한 수도자에게는 “정말 간절히 필요하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 조 대주교는 청년들을 위해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선물을 선사했다. 신학교 시절 배운 기타 실력을 드러낸 조 대주교는 당시 즐겨 부르던 가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열창했다.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앵콜 요청이 쇄도하자 조 대주교는 “떨려서 여러분을 쳐다보지 못하겠더라”고 말해 폭소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앞서 조 대주교의 젊은 시절 사진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영상에는 조 대주교의 중학생 때부터 신학생 시절, 주교 서품 이전 사목생활 등이 소개돼 공감을 이끌어냈다.

행사에 참석한 이동춘(야고보·25·지산본당)씨는 “젊은이들과 함께하고자 눈높이를 낮추려 노력하시는 대주교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힘든 가운데서도 신앙 안에서 힘을 얻으려 하는 이 시대 신자 젊은이들을 앞으로도 따뜻하게 감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후 7시부터는 성모당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묵주기도와 미사가 봉헌됐다.

묵주기도는 이날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세계평화 ▲소외된 작은 이들 ▲청소년과 젊은이 복음화 ▲가정 ▲대지진으로 고통 받는 네팔 국민들을 위한 지향으로 바쳐졌다.

미사에서 조 대주교는 ‘자비로운 아버지’ 주제의 강론을 통해 젊은이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조 대주교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삶 안에 받아들인 성모님을 신앙 모델로 삼았으면 한다”며 “세상일에 쫓겨 신앙을 떠난 청년들도 성모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두 달 동안 행사를 준비한 교구 청년국 차장 구자균 신부는 “이제껏 행사나 미사에서 대주교님과 청년들 만남이 있어왔지만, 직접적으로 갈등이나 고민을 나눌 기회는 없었다”며 “청년들이 오늘 나눈 이야기를 삶의 자리에서 꼭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행사에는 교구 농아인선교회 장애인들과 지역 5개 수도회 소속 수도자들, 육군3사관학교 생도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사 중에는 군악대 특송도 마련돼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명은(라파엘라·24) 사관생도는 “대주교님을 처음 만났는데,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 참가 신청했다”며 “대주교님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자상하고 인자하고 유머감각도 있으셔서 편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행사에 앞서 청년들은 캄보디아 어린이를 돕기 위해 물품을 기증했다. 이날 모인 물품은 교구 사회복지회(상임이사 이정효 신부)가 캄보디아 밧탐방·밧덤벙교구 어린이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성모당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청년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