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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아카데미] 이민, 내가 속한 나라의 기준점

김성수 신부
입력일 2015-04-21 수정일 2015-04-21 발행일 2015-04-26 제 294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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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 달라도 주님 나라에선 ‘한 형제’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생산인구 부족
직업 찾아온 이민자가 빈 자리 채워
직장 등서 차별 없애는 노력 중요
일러스트 조영남
오늘(4월 26일)은 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입니다. 성소주일은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도 불립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특별히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에 대한 부르심의 핵심이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한 우리 안에 양들을 모으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교회는 해마다 5월 1일이나 그 전 주일을 이민의 날로 정해 기념합니다.

이민은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민이 있고, 사회 문화적인 영향으로 이루어지는 이민이 있습니다. 또 개인적인 이유로 이민을 결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가정과 고향, 나라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민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많은 사회문제가 생겨납니다. 정책적인 부분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에는 이민들의 의료, 주거와 관련된 기본적인 인권 보장도 어렵습니다.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는 과정에서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때 이민 2세대, 3세대들이 겪는 차별과 경제적인 부담감도 매우 큽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이미 생산인구의 부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많은 이민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이민 인구 중 약 60%에 가까운 이민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서 이 현상은 더 분명합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가면서, 높은 실업률에 대한 불만이 이유없이 이민을 향하기도 합니다.

농촌을 돌아보면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집은 거의 대부분 이민의 자녀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입니다. 알코올중독이나 장애가 있는 남편, 늙은 시부모님을 부양하는 일도 힘들 텐데, 식당이라도 다녀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다만 얼마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들은 계속 일을 합니다. 하지만 새 가족들은 혹시 한국국적을 얻게 되면 가정을 떠날까봐 이들이 쉽게 국적을 얻게 해주지 않습니다. 이들이 사회와 직장에서 받는 차별은 더욱 커지고, 심할 때는 현대판 노예처럼 갇혀서 식모살이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우리가 이민의 날과 착한 목자 주일을 함께 지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우리 안에 있는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는 착한 목자이십니다. 예수님 우리 안에 있는 양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겉으로 드러나는 울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듣느냐 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수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참으로 한 형제, 자매입니다. 특별히 그렇기 때문에 이민의 문제는 그리스도인에게 더 큰 도전이고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이 세상에만 속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저 위의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콜로 3,1참조)

내가 눈에 보이는 나라와 국경, 피부색만 따져서 ‘우리’를 가르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는 양들의 울타리 안에 들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어떤 우리 안에 있는 양이 되고자 합니까?

그들도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요한 10,16)

김성수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김성수 신부 (tothund@seoul.catho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