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답게 살기’란 / 오혜민 기자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4-14 수정일 2015-04-14 발행일 2015-04-19 제 2940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주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는 나눌 수 없습니다.”

최근 한국평협이 범종교 차원으로 시작한 실천운동 ‘답게 살겠습니다’는 교황이 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귀하다. ‘정체성’이라고 하면 어려울 단어를 ‘답게 살자’는 말로 쉽게 풀었다.

얼핏 들으면 쉽게 들리는 ‘답게 살겠다’는 말이 생각해보면 어렵다. ‘답게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온갖 생각과 의견이 다른 세상 속에서 ‘답게 사는’ 기준도 저마다 다를 것인데, 어떻게 함께 답게 살자는 것일까.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제안한 한국평협 권길중 회장은 인터뷰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통과 시련과 마주할 때 자신이 신앙인임을 기억하고, 판단의 기준을 복음에 둔다면 ‘답게 사는’ 기준은 생각보다 명료해진다.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하나씩 생각해본다. 사람답게, 가정의 일원답게, 종교인답게, 직업인답게, 사회인답게, 국민답게, 지구인답게. 그렇다면 이 많은 이름표 가운데 ‘신앙인답게’를 가장 먼저 떠올려야겠다. 변하지 않는 하느님 나라의 기준을 통해 우리를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지난 8일 서울평협이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며 행사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다짐을 나무에 매달았다. 다짐나무에 ‘답게’ 열매가 주렁주렁 맺혔다. 열매가 전국적으로 맺어지기를 바란다. 교황의 말씀처럼, 서로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제 막 씨앗을 심었으니 말이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