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인터뷰] 복녀 이성례 마리아 순교수난극 초연 정준구 대표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3-24 수정일 2015-03-24 발행일 2015-03-29 제 293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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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녀의 수난, 우리 신앙에 교훈되길…”
연기 동작·악기·조명 최소화 
독특한 구조와 연출 감동 배가
“순교자료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작품을 보통 ‘효시’라고 한다. 교회예술기획 ‘공간 광’ 정준구(십자가의 성요한·36) 대표가 2월 28일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에서 초연한 ‘고통이 깊을수록 영광은 빛이 되어’의 첫 작품 복녀 이성례 마리아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구조와 형태의 작품이었다. 초연이 끝났을 때 성전 안에는 감동과 흥분이 뒤섞인 묘한 공기가 일렁였다.

정 대표 자신조차도 “뮤지컬이라고도 할 수 없고 오페라나 순교극이라고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다. 꼭 장르를 정해야 한다면 수난복음과 흐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순교수난극’이라 할 만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알려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복녀 이성례 마리아’는 동작 없이 대사와 노래를 맡는 배우 3명과 유일한 악기인 오르간 반주자 1명, 전체 지휘와 나레이션을 담당하는 정 대표가 출연진의 전부다. 실내 조명을 끈 절제된 배경에서 관객들은 숨소리를 죽이고 배우들을 매개로 표출되는 이성례 복녀의 삶과 신앙에만 몰입하게 된다.

정 대표는 “한국교회에 순교자들에 관한 서적과 공연 등은 충분히 축적돼 있지만 신자들의 삶으로 연결되는지는 의문”이라며 “복녀 이성례 마리아 공연이 단지 ‘순교자 자료 중 하나’로 묻히지 않기를 소망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공연 문화에 보기 드문 충격을 던져 준 이번 초연을 최소한의 인력과 장치, 40분의 공연시간으로 준비한 데는 “교회의 복음이 물질적 장벽으로 한계 지워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정 대표가 설립한 ‘공간 광’의 첫 작품이기도 한 복녀 이성례 마리아를 가능한 많은 본당과 성지에서 부담 없는 비용과 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복녀 이성례 마리아 시나리오를 무수히 고쳐 쓰다가 지난 2013년 11월 어느 날 단 5시간 만에 일필휘지로 완성한 일을 “그 분이 써주셨다”고 고백했다.

※문의 02-587-4484 교회예술기획 ‘공간 광’

2월 28일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에서의 복녀 이성례 마리아 초연 모습. 3명의 배우와 오르간 반주자 1명, 나레이션과 지휘를 맡은 정준구 대표가 출연진의 전부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