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

정태순(경기 안양시)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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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미 들길 걷다

메뚜기 한 마리

푸르르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달려 나온다

논둑길 걸어

장에 가는날

길섶에서 흐루룩

순산한 메뚜기

칠국 먹는 소리라고

가을 실루엣을

집안으로 들여

이솝 우화의

족보 펼치면

마음은 보름달되고

밤 새 훌쩍 키가 컸다

갈바람 불어

붉은 얼굴로 나서면

목마른 가슴에 아직 못 다 퍼올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아버지 사랑

어릴 적 겨울 저녁이면 동생과 나를 앉혀 놓고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훗날 보니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아버지 이야기였습니다.

1950년대 후반 책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 때에 아버지는 어떻게 그 이야기들을 아시고 들려 주셨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이제 내가 그 때의 아버지보다 더 많이 살고 보니, 그리움의 통증에 가슴이 시립니다.

정태순(경기 안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