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가까이 더 가까이 /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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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앞에 장이 들어섰다. 아이들의 군것질거리와 식료품, 옷가지 등이 거래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열리는 마을장의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장이 열리는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바로 판공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본당에서 주임 신부님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불과 삼사십년 전에는 사순과 대림 시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라 한다.

원로사제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에 대해 듣곤 한다. 판공성사를 보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아 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놀랍기만 하다. 그 당시를 회고하며 미사 두 시간 전부터 고해소 앞에 줄을 선 신자들을 보면서 각오를 다져야 했다고 말하는 원로사제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신자들에게 있어서 고해성사는 보통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제 역시도 그렇다. 한 원로사제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고해소에 들어온 신자는 사제의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며 “모든 것을 다 대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고해소에 찾아온 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세하게 신경써왔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구나 본당들은 여러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상설고해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 고해소 앞에 스위치를 켜면 ‘고해성사를 청합니다’라는 불이 들어와 사제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본당도 있다. 고해성사를 면담 방식으로 진행하는 본당도 있고, 공지된 날에 구역별로 찾아가 성사를 주는 주임 신부들도 있다.

성사는 은총의 샘이다. 우리에게 보다 가까이 온 은총의 샘물을 마음껏 누려봄이 어떨까.

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