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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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감동 속에 깨닫는 ‘가족’

승합차에 사는 주인공 지소
생일 축하할 집 구하려
스파이처럼 개 훔칠 계획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영미권 성장소설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개를 완벽하게 훔치는 방법’은 현대사회의 여러 갈등과 경제적 위기로 흩어지고 있는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와 남동생이 함께 사는 지소네는 집을 나간 아빠가 남겨놓은 피자배달용 승합차에서 산다. 공동화장실에서 세수와 빨래를 해결하고, 가끔 여관이나 찜질방에서 제대로 씻고 자는 것이 호강인 지소의 꿈은 자기 집에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여는 것이다.

어느 날 부동산가게에서 ‘평당 500만 원’짜리 집을 판다는 전단지를 본 지소는 분당 근처일 것 같은 ‘평당’에 자기 집을 갖기로 마음먹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500만 원을 구하는데 골몰한 지소는 친구와 함께 부잣집 개를 훔쳐서 보상금을 받기로 한다. 치밀하고 완벽한 스파이처럼 개를 훔치는 작전이 과연 성공할까?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가족이라는 원에서 빠져나온 조각처럼 외롭고 이 빠진 원처럼 불완전한 공동체다.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 아들을 잃어버린 부잣집 할머니, 가족을 떠난 떠돌이 아저씨, 돈 때문에 납치당하는 개 월리까지. 영화는 상실과 기다림으로 얼룩진 세상을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연출하면서도, 잃어버린 조각들을 억지로 짜 맞추는 싸구려 해피엔딩을 피함으로써 현실의 무게감을 유지한다.

지소가 되찾으려는 집은 온전하게 이루지 못한 가족 또는 가정을 상징한다. 지소가 납치하려는 개는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 같은 존재다. 자기 생일을 축하할 집을 얻기 위해 개를 훔친다는 지소의 행위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웅변한다.

지소는 결국 완벽하게 개와 집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납치나 거래가 아니라 공감과 연민을 통한 것이었고,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움의 눈물로 성장한 지소는 이제 이웃이라는 더 큰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에 따라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로 참담한 광경이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일찍 약육강식의 논리에 길들여지고 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이러한 세상에서 벌써부터 고개를 숙인 아이들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모처럼 가족 모두 손잡고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 한 뼘씩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