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만성 신부전증 앓는 최서준(가명) 군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2-10 수정일 2015-02-10 발행일 2015-02-15 제 293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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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아들의 살기 위한 몸짓에 그저 눈물만…
태어나자마자 줄곧 병원 신세
각종 합병증에 수술만 10차례
엄마 박씨, 이혼 후 수입 없는 처지
24시간 간호에 직장은 꿈도 못 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최서준(가명)군.
최서준(루카·가명)군은 올해 11살이다. 또래 친구들과 놀다 사고도 치고(?)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을 나이다. 그러나 서준이는 함부로 밖으로 나가지도 신나게 뛰어놀지도 못한다. “공부해라” “그만 놀아라”라는 잔소리 대신 “약 먹자” “주사 맞자”와 같은 말을 더 많이 들었다.

만성 신부전증.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서준이를 괴롭힌 병이다. 엄마 박혜진(로사·가명)씨는 임신 17주가 됐을 때, 서준이의 병을 알았다. 태아가 소변을 보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소변 배출을 돕는 관을 태중의 서준이에게 삽입했다. 엄마는 그것으로 아이가 무사하기를 기도했지만, 10개월이 되기 전에 관이 빠져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졌다. 박씨는 임신 7개월 만에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따뜻한 품을 제대로 느껴볼 틈도 없이 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그것으로 서준이의 지루하고 힘겨운 병원생활이 시작됐다.

서준이는 이후 10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치료와 수술을 받았다. 후부요도판막 수술, 신장 제거 수술부터 지난 1월 2차 방광 확장 수술까지 치면 서준이가 받은 수술만 해도 열 번이나 된다. 태어난 후 1년에 한 번꼴로 수술을 한 셈이었다.

지속되는 치료와 수술에 서준이의 신장은 호전되기는커녕 계속 망가졌다. 결국 신장 두 쪽을 다 떼어내고 지금은 투석과 약, 주사로 신장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합병증도 문제다. 희귀질환인 폐 이형증과 탈장을 비롯해 안과, 비뇨기과, 치과 치료를 병행하는 데다 최근에는 신경정신과적 문제도 나타났다. 분리장애와 대인기피, 불면증에 시달릴 뿐 아니라 누군가 손을 대려고만 해도 서준이는 치료를 받는 줄 알고 필사의 몸부림을 친다. 아이의 격렬한 몸짓은 그동안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한다.

끝도 없이 병마와의 싸움이 이어지면서 서준이네 가족은 점점 지쳐갔다. 서준이가 태어난 지 1년 만에 엄마와 아빠는 헤어졌다. 양육비조차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엄마는 혹여 서준이와 혈액형이 같은 아빠에게 신장이식을 부탁할 일이 생길지도 몰라 싫은 내색 한 번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치료비가 가장 큰 문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서준이를 돌보느라 직장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다만 박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박씨는 서준이를 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단이란 재단은 다 찾아다녔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대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서럽고 힘겨운 나날을 홀로 버티다보니 박씨에게도 마음의 병이 생겼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지만 박씨는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 완치가 돼서 자신처럼 아픈 친구들을 돌봐주기 위해 의사를 꿈꾸는 서준이 때문이다. 엄마는 아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굳게 먹는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어요. 그때마다 서준이가 인큐베이터에서 작은 몸을 꿈틀거리던 것이 생각났어요. 살기 위한 몸짓이었죠. 그걸 떠올리면서 하루 하루 힘을 냅니다. 저도 아이도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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