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자선주일을 맞아

입력일 2014-12-09 05:43:00 수정일 2014-12-09 05:43:00 발행일 2014-12-14 제 292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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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지난 1984년부터 매년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지내오고 있다.

교회가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자선주일을 정한 이유는 주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자선의 모습이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우리나라는 OECD 경제대국에 속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만 하는 가난한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이 약 41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올해 발표한 ‘2013 세계 삶의 질 지수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86%가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이 아시아 최하위 개도국 수준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이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아파하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나눔의 실천인 자선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무엇보다 자선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 표현이자 구체적인 실천이다. 아울러 우리 가운데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이 대림 시기를 보내는 회개와 보속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로 드러난다.

자선주일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조건 없는 사랑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구세주 예수님에 대한 참된 기다림을 준비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이 초대는 구세주 오심이 그러하듯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며, 모든 신자들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마땅히 응답해야 한다. ‘자선’이 우리에게 주는 뜻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자선주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