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통일은 준비되어야 한다” / 조성하 신부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
입력일 2014-11-25 수정일 2014-11-25 발행일 2014-11-30 제 292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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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3)

나해 대림시기 첫 복음의 말씀은 이렇게 시작한다. 메시아로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는, 또한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또 하나의 큰 기다림을 갈망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올 수도 있다. 그 시기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것은 반드시 깨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11월 9일은 독일에서 평화적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연’이 새로운 역사의 물꼬를 텄다. 당시 동독에서는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오 교회의 월요기도모임이 발전되어 자유와 비폭력으로 월요시위가 확산되었다. 1989년 10월 9일 모임이 기폭제가 되어 민주화의 열망이 더욱 커지고 “Wir sint das Volk”, “우리가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독주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했다. 당황하던 동독정부가 ‘개혁성’을 부각시키느라 여행자유화 조치 발표를 서두른 것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만들었다. 1989년 11월 9일 갑자기 사라진 베를린장벽. 그로부터 1년 후 1990년 10월 3일 독일의 통일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루었다.

우리는 준비 없이 급변상황이 된다면 주도적인 선택권이 있을까 의문이다. 통일의 기회가 있는데 통일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통일과정이 독일의 경우보다 더 어렵고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에 따른 역경은 분단에 의한 고통보다는 작을 것이다. 축복된 미래가 보이는 값진 아픔이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역사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준비하고 통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독일 통일은 통일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긴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통일 25년이 되었지만 동서독의 사회통합은 여전히 독일 사회의 주요문제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갈등은 잠재되어 있고 사회는 아직도 하나가 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가 깨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먼저 북한 지역의 사람들과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통일의 과정에서나 통일 후에 있어, 남북한의 ‘마음의 통합’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하는 과제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존중이 참으로 필요하다. 또한 진정한 민족적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중요한 1차적인 준비는 통일문화 창조를 이루어가면서, 이기적인 태도와 우월적 태도는 없애고, 북한의 이질성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 및 수용의 자세를 통해 상호 이질성보다는 동질성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하나의 새 민족’(에페2,15)으로, 새롭게 통일 민족으로 태어나도록 끊임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마르 13, 37)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통일사목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