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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자서전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펴낸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11-04 수정일 2014-11-04 발행일 2014-11-09 제 291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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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 뒤로 하고 아프리카 ‘마미’로…
예순에 선교사 결심… 말라위서 생활 중
뮤직센터 건립 등 아동 위한 활동 펼쳐
“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죠”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김청자씨는 “내 영혼의 고향 아프리카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완전한 사랑을 만났다”고 전한다.
나이 쉰쯤 되었을 때, 자신에 관해 글로 옮길 만한 멋진 이야기들이 많지 않았다. 예순쯤 되어서도 ‘내가 이렇게 살았노라’고 자랑할 만한 일이 있는가 되묻게 됐다. 다시 한참이 지난 후, “나이 일흔이 되어서야 감히 내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아녜스·70)씨는 최근 자신의 인생 여정을 통째로 쏟아 부은 책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을 펴냈다.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성장한 어린 시절부터, 간호조무사로서 일하러 갔던 독일에서 기적처럼 음악원에 들어가고, 한국인 최초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섰던 일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직을 내려놓자마자 전 재산을 모아들고 선교사로 나선 여정 등 ‘나의 인생’을 풀어낸 책이다.

특히 스스로 ‘내 영혼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의 삶을 넘치도록 담아냈다. 한 줄 한 줄에 얹은 이야기들은 30여 년간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엮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김씨는 “저의 삶을 짧게 말해보라고 한다면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사랑을 향하여 살아온 삶’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아프리카에서 제 마지막 여정인 ‘영혼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제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완전한 사랑을 만났다”고 전한다.

김씨가 이 책에 담은 목소리는 ‘나에게 항상 최상의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만난 이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는 신앙고백과 다를 바 없다.

“난 평생 성악가로서 차고 넘치도록 누렸다. 명성과 인기도 얻었고 과분한 사랑도 받았다. 그 감사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2004년 12월 28일 내 나이 예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밤새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김씨가 10여 년 전 썼던 일기의 한 부분이다. 당시 고민은 아프리카 잠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면서 풀렸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잠비아 어린이들이 매미처럼 찰싹 붙어 안기는 순간, 그는 화려한 음악인생을 뒤로하고 아프리카 선교사로서 살 뜻을 떠올렸다고.

2010년부터는 말라위 카롱가 루스빌로 마을에서 ‘마미’, ‘마마’로 살고 있다. 모든 재능과 시간, 물질 등을 온전히 쏟아붓는 삶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큰 다리로 자리 잡은 ‘루수빌로 뮤직센터’ 설립과 운영 이야기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기숙사, 미션센터를 짓고, 아이들이 한국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꿈도 나누고 있다. 말라위 추장이 그에게 지어준 이름, ‘루세케로’(행복을 가져다 주는 여인)와 같은, 더욱 많은 ‘루세케로’들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필요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말라위 전체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나로 인해 조금 더 행복해지고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편 바오로딸출판사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알베리오네센터에서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북콘서트를 연다. 참가비는 1만 원.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