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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36) 한국교회 청소년사목의 비전과 목적 ②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4-10-28 수정일 2014-10-28 발행일 2014-11-02 제 291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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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양성, 전 교회 ‘복음화’ 과정
교회의 존재 목적이자 핵심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복음화’를 그 목적으로 삼으며, 특히 젊은이들이 복음화 사명을 실천하는 데 적극·능동적인 주체가 되도록 양성하는 것. 보편교회 청소년사목의 비전이기도 한 이 흐름을 공유하며 나아가는 것이 한국교회 청소년사목의 비전과 목적임을 명확히 할 때, 이는 현재 청소년사목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복잡다단한 활동들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고 걷도록 도와준다.

사실 교회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사목이기에, 청소년사목 또한 청소년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전수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발달 시기적 성장을 돕는 것, 그들이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리더십을 훈련받도록 하는 것,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을 돌보는 것 등 젊은이들의 삶과 연관된 매우 다양한 활동 영역을 포괄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자칫 그 중 한두 가지 분야에만 빠져,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발전을 도모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한두 가지 분야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을 돕고 그들을 복음에로 이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사목이란 분명 교회 사목의 일환이므로 청소년교육·상담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관련 요소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궁극적으로 세상의 복음화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복음화 과정에 청소년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면서 양성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청소년사목의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다.

청소년사목의 비전과 목적이 교회 전체의 사명인 복음화에 맞닿아 있다는 것은 단지 현재 청소년사목자들에게만 전달돼서는 곤란하다. 이는 청소년사목자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구성원을 향해서도 ‘청소년사목이란 교회 안에서 분리되거나 동떨어진 특수 분야가 아니라, 전체 교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사목의 한 영역’이라는 사실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교회는 이미 1970년대에 ‘교회 사목의 일환인 청소년사목에 전체 교회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 세대를 교회 복음화 사명의 주역으로 초대하고 양성하는 것은 교회 전체가 함께 해야 하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사목의 일부라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삶은 그들이 속한 가정·본당과 분리될 수 없으며, 각 개인과 가정의 삶은 본당·교회공동체 전체의 삶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청소년들을 복음화 사명에 초대하고 그에 맞갖게 훈련시키는 것은 가정·본당공동체 전체의 복음화를 북돋우며 함께 성장토록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청소년사목을 청소년의 삶 전체와 그 삶과 연결된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공동체 전체가 함께 복음화된다는 이와 같은 시선을 ‘청소년사목에 대한 통합적·포괄적인 접근’이라고 한다. 미국, 뉴질랜드, 필리핀교회 등은 국가 청소년사목지침서를 통해 이를 공유하면서, 교회 공동체 전체를 활성화하는 청소년사목을 지향해 나가고 있다.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한국교회도 이와 같은 포괄적인 시선과 원칙을 공유함으로써,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각도의 청소년사목 관련 노력을 복음화 초점으로 통합한다면 보다 지속적이고 전체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는 단지 젊은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키워냄으로써 교회 공동체의 모든 세대가 함께 복음화에 참여하고, 동시에 복음화되는 과정이다. 이로써 청소년사목이 사목의 일부라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청소년사목은 어떠한 청소년 활동이나 프로그램만으로 규정될 수 없는, 교회 공동체 전체에 젊음과 복음화의 생기를 돋우는 과정인 것이다. 한국교회가 구체적인 성장 전략 개발에 앞서 먼저 바라보고 공유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시선의 확장, 포괄적인 청소년사목의 개념과 비전에 대한 폭 넓은 이해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