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폐막] 한국교회 대표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10-21 수정일 2014-10-21 발행일 2014-10-26 제 291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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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정 아픔, 자비의 시선으로 돌봐야”

전 세계 가정 문제 집약적 논의
개인·물질주의 극대화로 인한 이기적 욕구가 가정 위기 불러
결혼·가정 관련 신앙 교육 유년기부터 단계별 실시해야
첨예한 현안에 대한 의견 분분
이혼 후 재혼자 성사 문제와 동성애 관련 사목적 대안 고민
혼인 관련 기본 입장 지키되 차별·단죄 않는 방안 고심
각 지역교회 충분한 성찰 후 내년 정기총회 때 반영할 것
세계 각 지역 가정들의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고 온 강우일 주교는 내년 정기총회 때까지 한국교회도 당면과제들을 적극 성찰·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 시노드 중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강우일 주교. 주교 시노드 중 강우일 주교 모습. 한국교회 대표로 참가해 최종문서 작성 교부로도 활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주교들에게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나가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이 세상 현실에서 하느님 백성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아파하는지 제대로 알고 응답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황은 전 세계 주교들이 거리낌 없이 사목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초대했고, 누구보다 먼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렇게 이어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열린 토론이 펼쳐져 전 세계 교회 안팎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는 5~19일 교황청에서 열린 이 주교시노드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가했을 뿐 아니라 최종문서를 작성하는 교부로도 활동했다. 20일, 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강 주교는 “이번 주교시노드는 세계 각 지역의 가정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교회가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집약적으로 논의한 장이었다”고 밝히고 “내년 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전까지 한국교회 또한 당면 과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성찰하고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에 들어서 왜 이렇게 결혼과 가정에 관한 문제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주교시노드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제시되고 논의된 부분이기도 하다. 강우일 주교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가 맞닥뜨린 가정문제들에 관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환기시켰다.

“현대의 극대화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는 결국 개개인의 원의와 욕구를 삶의 최고 기준으로 삼게 하고, 그 욕구에 맞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세계관이 부부 관계를 파괴하고 가정을 무너뜨립니다.”

특히 강 주교는 이러한 원인을 줄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신앙의 눈으로 결혼과 가정, 성의 의미 등을 바라볼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주교들도 혼인 전에 일회성으로 실시하는 교육이 아닌, 어릴 때부터 올바른 시각을 키워나가는 통합적인 양성이 필수적이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주교시노드에서는 동성애와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성사 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강 주교는 “전 세계 주교들은 사목자로서,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지키지 못한 이들을 무작정 교회 밖으로 몰아내거나 또는 모른척하거나 그 후손들에 대해 아무런 사목적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데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대안을 나눴다”며 이번 논의의 의미를 밝혔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도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된다는 것이 논의의 기본 입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주교는 “다만 교회 입장에서 동성 결혼은 그 자체가 결혼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는 혼인의 근본 의미를 거스를 뿐 아니라, 그 가정 안에서 자라야 하는 아이의 인권을 훼손하는 문제로 교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종문서 작성에도 직접 참여했던 강 주교는 “최종문서에는 각 지역 가정들이 당면한 문제들, 이에 따라 사목자들이 안고 있는 도전 과제들, 사목적 방안 등이 총망라돼 있다”며 “각 지역교회들은 최종문서를 초안 삼아 각 문제들을 충분히 성찰하고 사목방향 등을 숙고해 내년 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 반영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의 현황과 관련해 강 주교는 이혼 후 재혼한 가정 및 재혼자의 성사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표현했다. 강 주교는 “재혼 가정에 대한 일괄적인 또한 일반화된 원칙을 정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자비의 시선을 바탕으로 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주교시노드에서도 각 지역 교구장 책임 하에 사안별로 영성체 허용 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더욱 중요합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서로간의 관계 안에서 나라는 존재로 설 수 있습니다. ‘너’를 빼고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사고는 결국 나 자신을 무너뜨립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이 사랑의 가르침으로 돌아갈 때 가정도 화목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주교 시노드 중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강우일 주교. 사진제공 강우일 주교
주교 시노드 중 강우일 주교 모습. 한국교회 대표로 참가해 최종문서 작성 교부로도 활동했다. 사진제공 강우일 주교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