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의 달 특집] ‘몽골교회를 가다’

몽골 김신혜 기자
입력일 2014-10-21 수정일 2014-10-21 발행일 2014-10-26 제 291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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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 ‘복음의 씨앗’은 선교사 노력으로 자라나고…
현재 몽골교회에는 본당 6곳, 공소 5곳에서 1000여 명의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올해 울란바토르 항올 성마리아본당 부활 성야미사에서 신자들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항올 성마리아본당
초원과 사막, 바람의 나라 몽골. 이곳에 가톨릭 교회의 신앙 씨앗이 뿌려진 역사는 23년에 불과하다. 주한 교황청 대사관 산하 지목구로서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몽골교회는 통계상 총인구 약 300만 명, 신자 1012명, 복음화율 0.033%를 보이고 있는 아주 작은 교회다. 하지만 몽골교회(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 프랑스, 일본, 폴란드 등 전세계에서 온 선교사들의 헌신적 활동이 밑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 68명 선교사 중 한국 선교사는 23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전교구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를 비롯한 한국교회 사제·수녀들이 유치원, 기술학교, 장애인교육센터 등 교육과 복지사업을 통해 몽골 선교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리적 정치적 관계면에서 북한과 밀접한 이곳은 그만큼 북한 선교를 향한 희망도 커질 수 있는 곳이다. 전교의 달을 맞아 해외 선교 기획으로 몽골교회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 몽골교회, 1992년 첫 미사 봉헌 그 이후…

몽골교회는

몽골에 가톨릭 신앙이 자라난 계기는 1992년 7월 10일, 원죄없으신 성모성심수도회(CICM) 선교사 로버트 신부·웬체슬라오 파딜랴 신부(현 몽골지목구장)·길버트 신부 3명이 입국하면서다. 선교사 3명은 울란바토르호텔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고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1994년 9월 23일 몽골 법무부로부터 NGO 단체 인증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같은해 20명의 첫 몽골인 영세자가 탄생했다. 이어서 1995년 14명 영세자가 견진성사를 받았다.

현재 본당수는 6개다. 4개 본당은 수도 울란바토르에, 2개 본당은 다르항, 우르항가이에 있다. 이외에도 5개 공소가 있다. 몽골교회의 신심단체 활동은 한국과 비슷하다. 신자들은 레지오마리애, 성경공부 등을 하고 있다.

예비신자 교육은 2년 과정으로, 지목구 사제 공동회의를 통해 합의된 일정과 프로그램을 따른다. 예비신자들은 복음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의응답으로 진행하는 ‘알파코스’(약 3개월)를 거쳐, 본격적으로 46주간 교리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몽골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몽골 국민 다수가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를 믿고 있고, 샤머니즘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인들은 신에 대한 종교성은 있지만 기복신앙적인 면이 강하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누군가 아플 때, 죽을 때 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인은 가톨릭 신앙에 대해서도 ‘자신이 힘들 때 찾는 신’으로만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매주 주일미사 참례가 의무인 가톨릭을 이해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교회와의 관계

몽골교회가 자리 잡는데 한국교회 지원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신앙적인 도움뿐 아니라 사회복지,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서 몽골교회를 적극 돕고 있다.

우선 대전교구는 몽골교회를 돕는 대표적 교구다. 대전교구는 1997년 한국교회 처음으로 몽골에 피데이도눔(Fidei Donum, 신앙의 선물, 교구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사제 파견을 요청하는 교황 비오 12세 회칙)을 시작했다. 또한 대전가톨릭대학에서는 몽골인 신학생 2명이 수학 중이다.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본부장 이정효 신부)에서는 몽골의 가난한 아이들과 개별적 결연을 맺고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 ‘국성회’(부회장 김효선)는 성경을 사서 읽을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몽골 성경을 지원하고 있다.

활발한 선교사 활동

몽골교회에는 일본, 폴란드,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 선교사들이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전교구,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예수수도회, 살레시오수녀회, 인보성체회 등에서 선교사를 파견 중이다.

현재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제는 3명. 대전교구 이준화·허웅 신부와 살레시오회 이호열 신부다. 이준화 신부(성소피아본당 주임)는 바양호쇼 지역, 허웅 신부(성마리아본당 주임)는 항올 지역, 이호열 신부는 다르항 지역에서 각각 사목하며 몽골지목구의 성장과 발전 기틀을 다지고 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들은 가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제하는 가장 신속한 방법은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96년부터 공부방을 시작, 어린이 교육으로 선교의 틀을 놓았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2곳, 유치원 2곳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특히 몽골 유치원 교사들에게 몬테소리 교육 프로그램을 연수시 키며 교사 자질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울란바토르지목구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본당 전교 수녀로도 활동하며 주일학교 아이들을 육성한다. 성모 진료소에서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 간호하는 몫도 맡고 있다.

여학생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예수수도회 수녀들은 특별히 젊은 청년들을 위하여 한국어 교실, 기타교실, 컴퓨터 등 여러가지 교육과 스카우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들은 다르항 도움의 마리아본당에서 선교를 하며 유치원,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몽골에 파견된 한국 선교사들은 교회와 한마음으로 몽골인들과 함께 살면서 복음 전파에 꾸준히 매진 중이다. 이같은 선교사들 노력은 몽골교회가 신앙의 뿌리를 탄탄히 내리는데 큰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몽골교회 20주년을 맞아 몽골교회 청소년들은 2012년 6월 12일 울란바토르에서 하르호린시까지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했다. 사진 몽골리아 가톨릭 교회
다르항본당 주임 리움 신부(살레시오회·홍콩)가 유아세례를 집전하고 있다.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고이헌더유치원에서 수녀들과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몽골리아 가톨릭 교회

■ 항올 성마리아본당 주임 허웅 신부

“본당 체계 갖춰나가며 신자로서 주인의식 갖게끔 힘써”

울란바토르 항올 성마리아본당(이하 항올본당) 주임 사제로 있는 허웅 신부(대전교구)는 “몽골교회는 현재 본당 체계를 갖춰나가며, 신자들의 신앙 활성화를 위한 활동 구조를 갖춰가는 단계”라며 “신자들이 안정된 교회 시스템 안에서 신자로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8년째 항올본당과 공소 4곳에서 활동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허 신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공소 신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2002년 정식 설립된 본당은 김성현 신부(대전교구)와 허웅 신부가 본당 체계를 잡는데 꾸준히 힘써왔다. 현재 항올본당 영세자 수는 320여 명, 몽골 신자 수 3분의 2가 이곳 소속이다.

“항올본당 미사는 어린이 미사, 청년미사, 평일미사, 주일미사가 있습니다. 어린이 미사에는 40여 명, 청년미사에는 20여 명, 주일미사에는 100여 명이 참례를 하고 있습니다.”

항올본당은 한국교회에서와 같이 레지오마리애, 빈첸시오회, 교사회, 청년회 등의 활동들이 활발하다.

한편 허 신부는 본당에서 몽골 아이들 7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항올본당 첫 주임사제를 맡았던 김성현 신부가 주임으로 지내던 시절부터 12명의 아이들과 함께했는데, 허 신부에게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본당의 배려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들이 올바른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허 신부는 사회 변화로 인해 물질을 쫓아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염려했다.

“본당에는 유급봉사자와 자원봉사자가 있습니다. 유급봉사자들은 사무원, 교사 등 일을 맡아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분들이지요. 이들 외에 교회 내에서 일자리를 가지지 않는 분들이 많이 떠나고 있습니다.”

허 신부는 “신자들이 지속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지인들이 올바른 신앙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몽골 김신혜 기자 (c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