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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뤼박 추기경 논문 번역서 「그리스도교 신비사상과 인간」 출간한 곽진상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9-30 수정일 2014-09-30 발행일 2014-10-05 제 291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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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영성 특징 이해에 도움될 것”
드 뤼박 추기경, ‘하느님 찾는 인간’ 규명
“인간이 구원 향해 나가는 것은
 도덕적 삶 초월한 영적 삶 위한 것” 강조
앙리 드 뤼박 추기경 지음 / 곽진상 신부 역 /286쪽 / 1만 2000원 / 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곽진상 신부는 ‘힐링’을 내세우며 정신적인 면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영성’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힐링’이 대세다. 종교는 물론 문화, 예술, 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신적 차원의 건강과 풍요를 강조하며 ‘힐링’을 내세운다. 이러한 우리 사회 분위기에 관해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는 “정신적인 면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영적 목마름을 채워준다는 명목으로 ‘영성’을 남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왜 종교를 가져야 하는가? 착하고 열심히 사는 것만으론 부족한가? 종교가 삶에 도움을 준다면, 왜 하필 그 많은 종교들 가운데 그리스도교, 특히 가톨릭을 택해야 하는가? 모든 종교는 결국 같은 것이 아닌가? 다른 종교들에서도 발견되는 신비적인 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현대인들은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곽 신부는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은 인간이 왜 초월자 하느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지, 도덕생활을 넘어 영성생활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신학적으로 규명한다”며 “그의 저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과 그리스도교 영성의 고유한 특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앙리 드 뤼박 추기경(Henri de Lubac·1896~1991

·예수회)은 ‘20세기 위대한 신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세기, 종교와 신비체험 등을 이성으로만 분석하며 신앙을 위협하던 때에 그는 종교의 본질과 신비적 현상들을 탐구했다. 특히 도덕적인 삶과 종교적인 삶의 의미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논리로 파헤치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해 방대한 연구물들을 내놓았다.

곽 신부가 우리말로 선보인 번역서 「그리스도교 신비사상과 인간」은 이러한 연구 내용을 담은 드 뤼박 추기경의 논문 「신비사상과 신비」, 「삼분법적 인간학」을 한데 엮은 책이다. 곽 신부는 가톨릭신자들조차 갖가지 신흥영성에 빠져드는 위기와 우리나라 다종교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리스도교 영성의 본질을 기억, 발전시키는 노력의 하나로 드 뤼박 추기경이 통찰한 ‘신비사상’을 소개한다.

곽 신부는 “인간에게 ‘영’이 없다면 종교를 갖지 않고 이성으로서만 정의와 덕을 추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인간은 본성적으로 영적 존재로서 영과의 합일을 위해 창조됐으며, 하느님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드 뤼박 추기경은 도덕적인 삶은 종교적인 삶, 영적인 삶을 통해 진정한 완성에 이른다며,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그리스도교야말로 통합적 인본주의’”라고 전했다.

특히 곽 신부는 “드 뤼박 추기경은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혼동하거나 영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이나 심리적인 것으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면, 신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도록 저항할 것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인간이 이성 안에서 최대한 완성할 수 있는 것은 도덕적 삶입니다. 하지만 영성은 도덕적인 것을 포함해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며, 인간이 하느님 은총에 의해 구원으로 나아가는 것은 도덕적 삶을 초월해 영적 삶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아울러 곽 신부는 “우리가 평소 하느님의 영을 향해 가까이 가는 길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모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우리 있는 거룩한 곳 즉 양심의 소리에 순응하는 모습”이라고 조언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