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86) 구원은 공동체에서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09-02 수정일 2014-09-02 발행일 2014-09-07 제 291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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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마태오 18,15-20)
우리의 영혼을 구하는 방법, 우리를 하느님께 이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두 가지를 가르쳐주십니다. 하나는 개인의 영적 담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하느님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영적 위로를 얻습니다. 서로의 영혼을 돕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늘나라와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많이 들려주셨습니까. 바로 이것이 영적 담화입니다. 사람들은 이 영적 담화를 하기 위해 예수님께 몰려들었습니다.

수도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영적 지도자를 만나 영적 담화를 나눕니다. 내가 얼마나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내가 얼마나 하느님의 은총으로부터 멀어져 있는지를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와 하늘나라를 느끼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성찰하고 다독이고 확인하게 됩니다.

영적 지도는 백발의 노사제에게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데레사 성녀는 젊은 사제에게 영적 지도를 받았습니다. 영적 지도는 나이 많은 이들의 삶의 경험을 나누어 듣는 자리가 아니고 하느님의 영과 사탄의 영을 구별하고 하느님의 이끄심에 우리를 더 잘 내어 맡기는 것을 느끼고 배우는 자리입니다.

수도자들만이 이렇게 영적 지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 신자들 모두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영적 지도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고 있지만 많은 경우 이 은총을 내 것으로 받고 살아가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밀쳐내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살면서 언제 내가 하느님께 더 다가갔고, 어떻게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는지를 잘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생활로 훈련된 영적 지도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나를 타일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하느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공동체를 강조하십니다. 8년 전 이맘때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자동차를 폐차시켜야 할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저와 동생은 저희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이웃들이 정말 열심히 기도해 주셨다고 확신합니다. 그 쉽지 않은 시간을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려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울타리 밖에서 살 수 없습니다. 가족과 교회,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기도하고, 걱정하고, 아껴주면서 서로를 위할 때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고맙게도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공동체를 구성하기만 하면 오셔서 함께 해주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청을 다 들어주신다고 합니다.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어떤 것이든 들어주신답니다.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내가 속한 가족, 교회, 국가란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우리는 청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청을 한다면 그 공동체는 하늘나라일 것입니다. 바로 구원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개인의 용맹정진으로 한 사람씩 구원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께 청할 때, 우리 모두가 함께 구원될 것입니다.

구원은 공동체 안에 있는 우리에게서 시작됩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