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타종교인과 결혼하는 딸 때문에 고민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09-02 수정일 2014-09-02 발행일 2014-09-07 제 291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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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교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위가 될 사람의 집안은 불교를, 저희 가족은 천주교를 믿고 있습니다. 살다보니 가정 안에서 신앙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딸에게도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과 맺어지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위가 될 사람은 신앙을 강요하지 말라며 신앙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 일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가 어찌해야 할까요?

대답입니다 - 더 큰 마음으로 배려를

어느 장례식장에 ‘사도예절’을 하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신자인 상주가 다급한 표정으로 나와서는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시더니 지금 목사님께서 예배를 하고 계시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다른 형제 한 분이 개신교 신자라서 개신교식으로 예절을 하고 싶어 하셔서 갑자기 그렇게 되었답니다. 제가 화가 나서 돌아갈까를 걱정하시던 상주님께 저는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혹시 제가 가고 나서 스님이 오시면 형제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가정 안에서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작은 나라에 매우 많은 종교가 함께 있기에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특별한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종교문제로 인해 가정불화나 심지어는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별히 관혼상제와 관련되어서 그런 문제는 더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자매님께서 더 큰마음으로 배려해주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신앙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신앙을 통해 우리가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칫 ‘배려’와 ‘이해’라는 이름으로 열심 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포장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자신이 땅에서 보물을 찾았다면 모든 것을 다 팔아서 그 땅을 사는 성경 속 인물처럼 나 자신의 신앙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배려’와 ‘이해’의 전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가정생활이 신앙 안에서 함께 기뻐하고 화해하며 더욱 신뢰 있는 가정이 된다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다 그렇게 되는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같은 종교가 아니라 그 종교의 신앙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신앙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사고의 바탕 그리고 삶의 자리입니다. 결국 두 사람의 종교가 함께 공존하게 되는 가정생활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고, 삶의 자리의 만남입니다. 이 만남은 간혹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때 어느 한편이 주도권을 쥐게 되고 그것을 다른 한편에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큰 갈등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자매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사위 되실 분이 아마도 종교 자체의 문제보다 신앙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 몹시 불쾌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의 오해를 풀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관면혼배(결혼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 신자가 아닐 경우 신자 쪽의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를 소개하면서 이는 신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신앙을 이해해 달라는 의미’이고 딸이 믿는 ‘하느님으로부터 축복을 청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매님, 신앙이 다른 가족 구성원은 ‘선교의 대상’이전에 ‘복음의 실천 대상’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서 자매님 가족이 지금까지 만난 하느님의 모습을 체험시켜줄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그런 사위가 나중에 따님과 아이들을 이끌고 성당에 나가며 행복해 할지. 그런 분들 많이 보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