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프란치스코 교황 시복미사 강론 요지

입력일 2014-08-20 수정일 2014-08-20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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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희생한 순교자 따라 신앙, 세상과 타협해선 안돼”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8,35). 성 바오로는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을 믿는 우리 신앙의 영광에 대하여 말합니다.

그 신앙의 영광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당신과 결합시키시어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셨고, 그분의 승리는 또한 우리의 승리입니다.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뤄진 그리스도의 승리를 경축합니다.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습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됐습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해 경축하는 것은 한국교회 여명기의 첫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줍니다.

한국 땅에 닿은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민족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복음과 처음으로 만난 한국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우리에게 평신도 소명의 중요성, 그 존엄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셨고 여기에서 순교자들은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믿음의 씨앗이 이 땅에 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교자들은 예수님의 제자 됨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알았고 많은 사람에게 이것은 박해를 의미했습니다. 순교자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 있었기 때문에 재산과 땅, 특권과 명예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했습니다. 순교자들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만이 진정한 보화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하며 우리의 신앙을 타협하고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셨습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