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시복식 화제의 인물] 세월호 예비신학생 희생자 어머니 정혜숙 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기도 부탁에 ‘기억하겠다’ 위로 주신 교황님
고통 어루만지시는 모습 ‘인상적’
진상규명 힘써주는 교회에 감사
100만 인파가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가득 메운 가운데 거행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친척 500여 명도 참여했다.

시복식 전날까지 광화문광장에 세워졌던 여러 동의 텐트는 시복식을 앞두고 ‘We want the truth. You love those suffering, Papa!’(우리는 진실을 원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고통 받는 이들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한 동의 텐트만 남겨졌다.

희생자 유가족과 가톨릭, 정부의 합의 하에 이뤄진 변화였다.

16일 오전 5시 시복식장에 신자들이 한창 입장하고 있을 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박성호(임마누엘)군의 어머니 정혜숙(체칠리아·수원교구 선부동성가정본당·사진)씨는 텐트 안에서 시복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혜숙씨는 하루 전인 15일에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전 비공개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정씨는 “교황님께서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주로 들으시고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며 “유가족들이 16일 시복식 카퍼레이드에서 교황님께서 차에서 내려와 유가족들과 만나주시고 실종자 열 가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자 ‘기억하겠다’고 답하셨다”고 전했다.

정씨는 “시복식은 신앙을 이유로 돌아가신 분들을 공경하는 자리인데 현세의 정치·사회적 모순에 희생된 우리 아이들도 어찌 보면 이 시대의 순교자”라며 “누가 죽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고 모든 이들이 생명을 수호하는 복음적 삶, 공감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호군은 본당에서 복사로 활동하며 사제의 꿈을 키우던 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다.

정씨는 “가톨릭 교회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주는 것에 감사드리고 끝까지 우리 유가족들과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시복식에 앞서 오전 9시10분 경부터 광화문에 운집한 100만 인파들 사이로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차를 멈추고 내려와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손을 잡아줬다.

교황은 15일 대전에서 유가족들과 만나 ‘기억하겠다’고 했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