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청년대회] 청년들과의 만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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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라 부르며 진정한 삶의 길 제시
성소·선교·통일 문제 등 다양한 질문에
기도·말씀 강조하며 따뜻하게 조언
바티칸 TV로 전 세계에 실시간 방영
15일 오후 5시30분 솔뫼성지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청년들을 향해 이야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팔을 강하게 흔드는 등 격양된 모습이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오후 프로그램을 취소할까 고민할 정도”로 기력이 쇠했지만 청년들과의 만남에선 그런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교황은 예수의 거룩한 변모의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우리가 여기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청년들을 “사랑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깊은 애정을 표했다. 교황은 미리 영어로 준비한 메시지 이외에도 추가로 이탈리아어로 말하며 청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다.

방한 일정 중 유일하게 교황청에서 지정한 시간에 이뤄져 바티칸TV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방영된 만남에서 교황은 아시아청년 대표로 질문에 나선 캄보디아, 홍콩, 한국의 청년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을 듣고 그에 답변했다. 교황은 청년들의 친구이자 멘토가 됐다.

▲ 립 락락 스마이(20·캄보디아)

“저는 지금까지 성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를 할수록 가난하게 사시는 부모님과 우리 마을 사람들을, 또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성소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마치 유혹처럼 느껴집니다.”

- 교황 : “수도적인 삶을 지향하든, 평신도의 삶을 지향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님을 공경하고 다른 이들을 위하려고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를 때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이뿐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주님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은 예수님께서 하실 겁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주님, 당신이 제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이 바로 여러분 젊은이들이 해야 하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충고입니다. 정말 진정한 친구들, 평신도, 사제, 수도자, 주교 모두가 여러분에게 충고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충고를 통해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주님께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실 거라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응답이 있을 것입니다.”

▲ 팽진우(요한·33·홍콩)

“홍콩에 사는 저희들은 신앙으로부터 오는 행복한 삶이 홍콩 전체에 퍼지는 것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홍콩 청년들은 자신감과 체력이 있고, 그리고 저희는 이 미션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교황님께서 가르쳐 주시길 갈망하고 있습니다.”

- 교황 :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외로움·남모를 절망감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희망의 복음을 전하고 증언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진실되고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제안해 드리겠습니다. 이 세가지를 늘 생각하시고 여러분 삶의 원칙이 되게 하십시오.

첫째,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주시는 힘을 믿으십시오. 둘째, 날마다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지내십시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그리스도 말씀의 지혜와 진리의 힘으로 인도되게 하십시오.”

▲ 박지선(마리나·30·한국)

“저는 교황님께서 오늘날 극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와 한국의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저희 한국의 가톨릭 젊은이들이 북한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북한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 교황 : “만일 행복을 살 수 있다면 그 행복은 결국 날아가 버립니다. 마지막에는 사랑의 기쁨, 사랑의 행복만이 유지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의 길은 단순합니다. 이웃, 형제·자매 특별히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선이의 또 다른 질문은 고통스럽고 힘든 내용입니다. 한국의 분단에 관한 것이었죠. 어떻게 하면 둘로 나뉜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지속적인 기도입니다. ‘주님, 저희는 한 가족입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하나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하나입니다.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족의 언어를 말이죠. 이것이 희망의 첫 번째 요소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죄를 짓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용서하는 데 지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기다리십니다.”

이승훈 기자